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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은 없는데요… - 엉뚱한 손님들과 오늘도 평화로운 작은 책방 ㅣ 그런 책은 없는데요
젠 캠벨 지음,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그림, 노지양 옮김 / 현암사 / 2018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는 서점에서 무슨 짓을 했었더라' 하는 것. 엉뚱한 질문이나 행동을 하진 않았나. 그러고 보니 최근 서점에서 <마음은 홍자>라는 책을 찾는다는 게 '홍차의 마음'이란 책 있어요? 하고 멍청한 질문을 했던 게 생각났다. (창피해....!) 가끔은 이렇게 책 제목이 아리송하다던가, 머릿속으론 알고 있는데 입으론 다른 말이 튀어나와 손님과 서점 직원이 함께 당황해버리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다. 여기까지는 흔한 일이다. 그 밖에 서점을 서점이 아닌 용도(화장실, 시간 때우기 등등. 하지만 무언가를 팔러 온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로 사용하려는 사람들 역시 상상 가능하고, 도서관에서도 흔히 있는 책 추천을 받는 와중에서의 억지도 생각했다.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고 읽었는데도,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고 그 별의별 사람들이 언제든 서점에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여기서 일하다 보면 황당한 부탁하는 사람 많죠?" - 본문 중 60p
인상적인 이야기가 몇 개 있다. 첫 번째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와서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책을 찾는 이야기였다. 아직 공주님이라 불릴만한 나이의 아이를 데리고 와서 좋은 책을 찾는 것까진 좋았다. 아이의 엄마가 신이 나서 어떻게 의사나 과학자가 되는지 알려주는 책을 찾으러 간 사이 서점 직원이 아이에게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묻자 아이는 '꿀벌'이 되고 싶다고 대답한다.
장난기 있는 손님과 직원이 농담을 진담처럼 주고받는 유쾌한 대화도 있고, 어떤 손님의 전화벨이 울리자 직원 대신 한마디 해주는 손님의 사이다 발언도 있다.("거참, 핸드폰 좀 꺼주시겠어요? 서점 내 핸드폰 사용 금지법이 있는데 모르는가 보네." - 본문 중 120p). 자신이 고른 책을 사기 위해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소년 엄마, 나 이 책 사도 돼요?
엄마 아빠한테 가서 사도 되냐고 물어봐.
소년 아빠! 엄마가 이 책 나한테 안 사주면 오늘 밤에 엄마 침대에서 못 자게 한대!
- (앨리노어 포튼, 북엔드Book End, 영국 더비셔 베이크웰), 본문 중 139p
황당하지만 가끔은 우습기도 하고 조금은 난처하지만 그리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읽는 게 즐거웠다. 내가 그 서점의 직원이라면 마냥 즐길 수는 없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제목의 2권으로 도서관에서 겪는 황당 손님들의 이야기도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