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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一月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클로드 모네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1월의 시화집 제목과
어울리는 하얀 표지의 책이 왔다. 표제는 윤동주의 <눈>이라는 시의 첫 구절로, 1월 27일의 시로 책 속에 실려있다. 윤동주는 살며
계속 시를 썼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기에 누군가는 그의 시가 완성되었다기 보다 마치 습작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미숙하지만 어딘가
빛나고,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려는 고뇌와 노력 뒤편으로 젊은이만이 지닐 수 있는 천진난만한 매력도 있다. 이번 달에 수록된 윤동주의 시 중에는
마치 동시 같은 천진한 시들이 눈에 띈다. <눈>도 그런 매력의 시 중 하나이다. 참고로 1월 10일의 시도 윤동주의
<눈>이라는 시다. 동일 저자의 같은 제목이지만 다른 시다. 어쩌면 10일의 시의 제목은 눈(雪)이 아닌 눈(目)일지도.

(1월 10일의 시)

(1월 27일의 시)
이번 달의 화가는
클로드 모네다.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라는 것과 몇몇 유명한 작품들은 알고 있지만, 사실 잘 모르고 다만 이름은 참 많이 들어본 화가-라는 게
솔직한 내 인식이었다. 그림들은 참 아름다웠지만 낯설었다. 이번 책에는 특히 눈 쌓인 겨울 풍경을 그림 그림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는데, 처음으로
이 책의 삽화 사이즈에 아쉬움이 느껴졌다. 조금 더 큰 그림으로 감상하고 싶었다.
31편의 시 중에
윤동주의 시가 10편, 백석의 시가 6편이다. 백석의 시는 윤동주의 시와는 상반된 느낌의 겨울을 보여준다. 윤동주의 시가 자신의 내면을
서술하거나 아이처럼 겨울과 눈을 즐기는 내용을 담는다면, 백석의 시는 고단하지만 옹기종기 모여 겨울을 지내는 마을의 생활 모습을 그리거나 겨울
날씨만큼이나 춥고 쓸쓸한 감성을 주로 담는다. 시의 길이만 보아도 백석의 시가 더 길고 서술적인 경우가 많다(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만을 보았을
때). 서로 다른 느낌의 두 시인의 시를 즐기기에 좋았다. 정지용의 <호수>, <유리창 1>같은 교과서에서 보았던 익숙한
시들도 반가웠다. 개인적으로는 첫인상이 교과서라 그런지 그리움과 슬픔을 담은 시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좀 딱딱한 인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림과 함께 시를 보니 그런 첫인상이 좀 풀어지는 것 같았다.
책 뒤표지에 쓰여있는
'그림은 말 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라는 카피가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시와 그림을 각각 감상하기에도 함께 보기에도 좋고, 그날그날의 시와 그림을 곱씹는 것도,
자신의 탄생 시와 탄생 명화를 찾아 읽는 재미도 있다. 작은 사이즈에 두께도
두껍지 않아 가까운 책장에 두었더니 생각보다 손이 쉽게 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어도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시와 그림이 주는 감성을 채워주는 그런 책이다. 다음 달이면 열두 달
시화집 시리즈의 마지막, 2월의 책이 나온다. 하지만 난 작년 10월부터 이 시리즈를 접했기에, 매달 초에 내가 아직 읽지 못한 다른 달의
시화집을 신간 접하듯 하나하나 모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