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빈 공간 - 영혼의 허기와 삶의 열정을 채우는 조선희의 사진 그리고 글
조선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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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지만 정말 일기 같은 글이다. 가끔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길게 써 내려가기도 하고, 가끔은 뻔하지만 자신을 추슬러 줄 한 줄의 응원 글을 쓰기도 하고, 어디선가 들었거나 우연히 알게 된 명사들의 격언을 적어보기도 한다. 일기의 독자는 자기 자신밖에 없어서 아무리 개인적이고 나만 아는 이야기를 자기 방식으로 풀어써도 읽을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의 글은 자신 이외의 독자가 있음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주변과 일상에 대해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 집중해서 솔직하게 적어내린 글인 것 같다. 글 하나하나에서 어떤 감명을 받거나 공감을 하기보다, 그저 '조선희'라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과  경험과 단면들이 있구나를 보여주는 자유로운 글이었다.​

 

 

비단 20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 한켠에 빈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 공간에서 누군가는 가슴 뛰는 시간을 보냈고, 누군가는 고난의 시간을 보냈으며, 누군가는 열병을 앓는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어떤 시간을 보냈든 그 빈 공간을 아름답게 기억하리라 의심치 않는다. 그 공간이 바로 나를 만들었기에.  (프롤로그 중 6, 7p) 

난 언제나 시간의 흔적들을 찾아 헤맸고, 그 흔적들을 사진으로 모아왔으니, 내가 찍은 물건은 내 삶 자체이기도 하다.  (본문 중 78p)



사실 유명한 사진작가의 책이기에 사진에 많은 기대를 했고 사진에 좀 더 집중한 책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자유로운 형식이었고 사진보다는 오히려 글에 초점이 더 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글과 사진이 연관성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이다- 하는 사진에 대한 소개나 이 사진을 찍을 때 이러한 생각을 했다-하는 명백한 연결고리를 대부분의 글에서 설명해주지 않는다. 각 장에 쓰인 사진이 한 번의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인지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는지도 자세히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사진은 분명히 있었고 그녀의 글에 마음이 동한 부분도 있었다.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진 않지만 그녀 안에서는 명백히 연결되어 있을 글과 사진을 나름대로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런 연결고리를 찾는 등 진지하게 읽기보다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글과 사진을 스치듯 감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녀의 글이 하나의 큰 맥락을 가지고 잘 다듬어져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 책의 편집에서 사진의 위치가 아쉬운 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글에 집중하기에는 글의 내용이 너무나 단면적이었고, 사진에 집중하기에는 책의 구성이 마치 다이어리 같았다. 짤막한 일기를 쓰고 빈 공간에 예쁜 풍경 사진들을 붙여놓은 느낌이랄까. 얼핏 보기엔 참 예쁘지만 사진 하나하나를 보고자 할 땐 약간 아쉬웠다. 책을 180도로 완전히 펼칠 수 있었다면 감상하기에도 굉장히 멋진 사진이었을 텐데 애매하게 접혀있어서 아쉬운 사진들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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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기대한 독자로서 책에 실린 사진만을 따로 떼어놓고 보자면, 풍경이나 정물을 담은 사진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책에 몇 장 없던 그녀가 찍은 인물사진들이 가장 인상 깊었고 마음에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한번 훑어봤을 때 그녀의 글보다도 몇 장의 사진에 더 눈이 사로잡힌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삶 자체라고 말한 이 사진 속 물건과 풍경, 인물들은 저자의 마음속 빈 공간을 채워준 무엇들이었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타인의 소중한 기억과 기록을 엿보는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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