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건너다
홍승연 지음 / 달그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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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고 소중한 경험들을 모으며 살고 있습니다-라는 작가 소개의 마지막 한 줄이 인상 깊다. 자신이 겪었던 슬픈 기억들을 바탕으로 작업했다는 이 그림책은 글보다 상처받고 술렁이는 마음속을 그려낸 듯한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끝내 상처와 우울감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선으로 변하지 않은 세상을 바라보는 해피엔딩이기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상처나 슬픔이 스스로를 점점 나락으로 끌어가는 오로지 자신만이 알고 있는 그 힘든 나날을 그린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 건 왜일까.


그런 날이 있어. 당연했던 일상이 간절한 희망으로 변해 버리는 그런 날. (본문 중)

이 책의 그림에서 주인공이자 서술자는 검은 그림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감정을 표현하는 눈 코 입은 보이지 않고 단 한 장을 뺀 모든 그림에서 혼자 있다. 모든 그림에 공감하고 상상하기보단 누구나 살면서 혼자 겪어낸 그 과정을 이 주인공도 지나고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읽었던 것 같다. 상처, 슬픔, 우울감. 이런 감정들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아무리 겉으로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해도 누군가가 대신 아파해줄 수 없고, 대신 극복해 줄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런 감정의 파도는 어느 때는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고 슬픔과 우울이 여러 번 반복되면 될수록 한없이 크게 자신을 덮쳐오기도 한다.



큰 굴곡이나 사건 없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가 서서히 다시 떠오르는 슬픔이란 감정을 추스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의 상처와 슬픔을 겪고 열심히 자라나는 중이겠지만 이런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다. 설명을 보충해줄 글이 워낙 적고, 삽화도 사실적이라기보다 상징적인 배경을 많이 쓰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캐릭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역시 아이들보단 <슬픔을 건너다>라는 제목만으로도 여러 가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나이대의 독자들이 이 책에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덤덤하게 읽자면 그저 한 번에 쓱 읽어버리고 말 짧은 그림책이지만, 성인이 되어 그림책을 읽어보니 그림책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열쇠 역할을 해줄 때가 많다는 걸 느낀다.(그 열쇠를 돌리는 것은 독자 본인의 몫이겠지만) 



그런데 있잖아. 모든 빛이 꺼질 때 마지막으로 남는 빛을 따라가 봐.(본문 중)



총평을 하자면 무난한 그림책이었지만 제목이 주는 묵직함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꽤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표지보다 뒤표지의 작게 자리 잡은 그림과 글이 사실 이 그림책의 내용을 더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사진을 덧붙이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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