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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대학교 - 서울대 교수들의 영혼을 울리는 인생 강연
김대환 지음 / 꿈결 / 2018년 8월
평점 :
대학교란 어떤 존재일까? 전공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쌓고, 학사나 그 이상의 어떤 증명서를 딸 수 있는 곳? 취직 전에 스쳐가는 곳? 인생에서 가장 활발하고 자유로운 시기를 보내는 대학교란 공간은 단순히 그 시기를 보내는 장소의 의미뿐이 아니라, 분명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사회에 나가기 전 자신의 영혼을 성숙시킬 수 있는 인연을 만나거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로 자신이 다닌 서울(seoul) 대학교 내의 '소울(s oul) 대학교'를 찾기 위해 여러 학과의 교수님들과 만나 학생들에게 전해줄 '마지막 강의'를 들려달란 부탁을 청한다.
그에 대한 교수님들의 대답은 제각기였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염려해주고 있었다. 한 학과의 교수나 한 대학의 스승이라는 것보다 왠지 인생의 선배로서 청춘들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들려주는 느낌이다. 물론 특정과에 관련한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지만, 질문자는 매번 전공에 관한 질문을 필수로 집어넣지 않았고 답변자 역시 대부분 과에 관련된 지식이나 전공자들의 진로와 미래라는 한정된 틀안에서 대답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전체적으로 과에 상관없이 '대학'이라는 곳의 의미, 그 안에서 행해져야 하는 진정한 교육, 또는 학생들이 졸업 전에 얻어 갈 수 있는 것에 대해 언급하고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비전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느꼈다.
이 책은 교수님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뷰를 본문으로 하며, 그 앞뒤로 <연구실에 들어서며>와 <연구실을 나서며>라는 소제목을 달고 전자는 인터뷰 시작 전의 기대감과 교수님과의 인연을 소개하고 후자는 인터뷰가 끝난 후 그 내용을 요약하거나 자신의 소감을 더해 그 여운을 남긴다. 이 부분의 조금 아쉬운 점은 진행자의 서문이나 논리 정연한 요약 글이라는 느낌보단 조금은 감상적이고 사색적인 글인데다가 같은 인터뷰를 듣더라도 내가 느낀 인상 깊은 점이나 감상과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 보여서 저자가 쓴 마무리에 항상 공감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글의 분량이 길지는 않아서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인터뷰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스토리를 만들어주어서 조금 더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 느꼈다.
또 각 교수님들의 본문 사이에 자리 잡은 <s oul spot>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서울대학교'라는 특정 장소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보니 이 코너에서는 서울대학교 재학생이라면 흔하게 지나다녔을 곳곳에 대한 소개와 저자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은 서울대학교 출신이 읽으면 애교심이 쑥쑥 자라날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그들이 다니는 동안 직접 느끼고 체험했을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캠퍼스가 제법 큰 학교라면 하나씩은 있다는 연못과 인기 있던 교내 카페, 학생들의 버스킹이나 공연이 열리는 장소, 학생들의 의견과 행동으로 변화한 공간 등등 실제적인 공간은 다르겠지만 서울대학교가 아니더라도 있었을법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다닌 학교의 몇몇 장소들이 떠올랐다. 책 뒤표지에 쓰인 한 줄 리뷰처럼 고등학생이 이 책을 읽는다면 본문의 내용에 더해 캠퍼스를 거니는 상상을 하며 정말 '대학'에 다니고 싶어지지 않을까.
공부는 왜 하고, 돈은 왜 벌고, 예술은 왜 할까? 사실 이 중 어떤 것도 무덤에 가져가지는 않잖아. 내 생각에는 열심히 해서 다 나눠주고 되돌려주기 위해서인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가 자네에게 해 준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야. 내가 알고 있는 삶에 대해 최선을 다해 이야기해 주고 나는 빈털터리가 되는 거지. 그럼 그다음에 자네는 또 자네의 보따리를 다른 곳에 풀어내겠지? 딱딱한 강의실의 한계를 넘는 것, 어쩌면 그게 바로 진짜 공부야.
(본문 중 102p, 인생이라는 이름의 무대 - 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부 김홍종 교수)
우리 삶에서 경쟁력의 근본 혹은 기반은 바로 몸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영국 사상가 존 로크는 살아가는 데 있어 다섯 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했어. 체력, 창조력, 위기 극복 능력, 적응력, 그리고 지력이야. 여기서 중요한 건 체력이 가장 으뜸이라는 점이지.
(본문 중 211p, 몸과 마음이 동시에 꾸는 꿈 -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고 그것을 책임지는 것'은 모두에게 깃들어 있는 고유한 능력입니다. 다만 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지요. 실력이 출중한 인재일수록 이 고유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책임은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것이 우리 인재들에게 깊이 성찰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본문 중 227p, '깡 to 용기',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
-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강명구 교수)
이 책의 맨 마지막 본문은 저자와 교수님 간의 인터뷰 형식의 글이 아니라 강연 형식의 글로 채워져있다. 앞서 조금은 말랑말랑한 인터뷰 형식의 글을 읽다 보니 어찌 보면 단순히 질문자의 존재만 사라졌을 뿐인데도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조금은 딱딱한 글처럼 느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따라 대학교육의 철학과 역할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혁신되어야 할 필요성을 말하며 그 안에서 서울대학교에 기대하는 역할과 비전을 설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정석적인 글이었지만 교육자로서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철학이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논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글을 읽으며 '대학'과 '공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