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부자 편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코 지음,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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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의 시리즈를 찾아 읽은 것은 2014년, 출간 연도는 거의 10년도 전이어서 읽을 당시에도 조금 더 최신의 통계가 적용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나 같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올해 같은 제목에 '사람/이웃/환경/부자'라는 부제를 달고 새롭게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중 '부자편'으로 다음과 같은 글귀로 시작한다. 

2000년, 세계에는 61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ㅡ
세계에는 73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만일 그것을 100명의 마을로 축소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본문 중 10-12p)

조금은 추상적이거나 상징적인 파스텔톤의 그림과 한글 본문 아래 좀 더 작은 글씨로 영어 본문을 실은 구성은 그대로 유지된 반면 내용은 최근 버전의 통계(2016년 10월 기준)가 적용되었다. 이전 버전의 책들이 같은 제목에 1,2,3 등의 각 권마다의 내용 구분이 모호한 표제를 달고 있던 것에 비해 조금 더 내용을 파악하기 좋은 부제를 달아서 한 권마다 각자 하고자 하는 말을 조금 더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따라 본문의 내용 자체-대표적으로 본문의 글자 수-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이 책은 주로 전 세계의 화폐, 경제, 빈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 금액을 제시하고 그 금액을 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세금에 대한 말을 꺼낸다. 책에서 제시한 "만약'으로 시작하는 다양한 세금들은 몇몇 나라에선 실제 시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방법들이 한층 더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의 초반 부분을 제외하면 이 세계를 100명의 마을로 비유하는 문구는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퍼센트(%)나 실제적 금액(주로 -억 달러의 단위)을 드러내는 경우가 더 많다. 또 본문에서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부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인 미국과 저자(엮은이)의 나라인 일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은 이 책이 사람들의 생각과 실행을 촉구하는 책이란 걸 느끼게 해준다. 


책의 초반 실려 있는 한국만의 추천사를 빼더라도 책의 본문 외에 해설이 30페이지 가량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간결한 비유와 핵심적인 언급으로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본문과는 달리 해설은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에 대한 엮은이나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을 펼친다. 본문의 내용에 대한 해설은 물론 현재까지 일본 또는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졌던(혹은 벌어지고 있는) 경제문제들을 언급하고 그 심각성과 해결을 위한 노력, 변화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설의 글 중에 '미와 요시코'의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녀의 글에 찬성하거나 반박하기에 앞서 빈곤문제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역시 아이들이라는 점에 크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빈곤문제뿐만 아니라 온갖 문제적 상황이나 고난 등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존재는 언제나 아이들과 여성이라는 약자임은 분명하다.) 아래 본문의 말처럼 어떤 아이들은 가난 때문에 노동에 뛰어들고, 교육받지 못하고, 심지어 죽어가고 있다. 가난을 겪은 아이들은 그대로 가난한 어른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가난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선 그들을 위한 지원과 돈이 필요하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한 나라 내에서 돈과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고 다수의 동의와 그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주장이 필요하다. 정책에 동의하는 것(투표), 관심을 갖는 것,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한 개인이 실행할 수 있는 사회변혁이라는 그녀의 주장은 옳다.

세계의 아이들을 100명이라고 하면
그들 중 8명이 가족을 부양하거나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녀야 할 100명 중 9명은 다니지 않습니다.
중학교에 다녀야 할 100명 중 34명은 다니지 않습니다.
가난으로 5초에 1명의 아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본문 중 58-59p)


4년 전 처음 이 시리즈의 책을 읽었을 때도 얕은 두께에 비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란 걸 느꼈고, 지금 역시 크게 느끼고 있다. 우리 눈앞에 맞닥뜨린 여러 문제들은 단순히 한 개인의 또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 세계 곳곳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그 문제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또한  많다. 이제 '우리'라는 개념은 한 민족, 한 나라를 벗어나 전 세계의 인류를 통칭하는 의미로 확대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관심을 갖고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 나아가 그 해결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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