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속뜻 사전 잘난 척 인문학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말은 고유어(토박이말)와 외래어로 나뉜다. 그중  외래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한자어'이고, 그 밖에는 외국어에 어원을 두지만 우리 식으로 읽히고 쓰여 우리말화된 '귀화어'와 외국어인 걸 알지만 변형 없이 마치 우리말처럼 자주 쓰이는 '차용어'가 있다. 우리말의 갈래는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순수한 토박이말보다 한자어를 비롯한 외래어(그중에서도 일본어 등에서 차용되었으나 쓰지 말아야 할 잘못된 외래어)의 잦은 사용을 지적하며, 우리가 어원도 모른 채 사용하는 외래어와 우리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올바르게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이 책은 이번에 이름을 바꿔 증보판으로 출간되었는데 1994년 초판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총 4번의 증보를 거쳤다고 한다. 일반의 사전과 다른 점이라면 개념 설명과 예시가 아니라 본뜻(어원 등의 내용 포함), 바뀐 뜻을 구분해 설명해주고 보기 글을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쓰지 말아야 할 일본어 등을 목록에 추가한 점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이 사전에서는 '바께스'를 쓰지 말아야 할 일본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그 외에도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을 알려주며 바꿔 사용하길 권한다. 또 단어뿐 아니라 '끈 떨어진 망석중', '삼천포로 빠지다', '입에 발린 소리' 등 우리말에서 자주 사용되는(혹은 오랫동안 사용되었던) 관용표현도 함께 실려있다. 표준어를 기준으로 모든 우리말을 담기 위한 사전이 아니라 자주 쓰이고 잘못 쓰이는 우리말의 어원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이라는 점에서 실려있는 표현의 범위가 다양하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쓰여있는 일러두기에서도 '이 책에 수록한 우리말의 범주는 순우리말, 합성어, 한자어, 고사성어, 관용구, 일본어에서 온 말, 외래어, 은어를 포함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첫 번째 미사일에 명명한 '노동 1호'라던가, 복사기의 상표에서 유래되어 지금은 복사나 복사기의 뜻을 지닌 일반명사로 쓰인다는 '제록스' 등의 단어는 굳이 왜 수록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았을 때 우리글이 생기기 이전에(그리고 생긴 이후에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한자어를 쭉 사용해왔기에 영향을 받아 우리글에도 한자어를 사용한 단어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현대에 와서는 예전에 비해 한자어의 사용이 많이 감소한 반면 일본어, 유럽권 언어의 사용이 늘어났다. 한자어는 어떤 한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어원이나 본뜻을 짐작하기 쉬운 것들이 꽤 있었는데, 유럽권 언어에서 파생된 단어는 어원이 된 단어의 본뜻과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거나 어원이 된 단어가 가진 다양한 뜻 중 하나의 뜻으로만 고정되어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단어의 뜻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본뜻의 설명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같은 것도 다른 것도 있었고, 설명이 부족하다 싶은 부분도 아예 몰랐던 어원이라 재미있고 신기했던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한자어 기반의 사자성어나 불교 용어에서 유래된 아수라장 등의 단어는 내가 알던 본뜻과 같았고, 애로사항 등으로 사용되는 '애로'라는 단어는 영어 'error'에서 나온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한자어로 구성된 단어였다. 책 한 권의 분량이다 보니 그래도 맨 후자의 경우가 가장 많아서 꽤 재밌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한 번에 싹 읽어버리기엔 어렵지만 국어공부 겸 교양 공부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나갔던 책이다. 다 읽고 난 후 몇 가지 떠오르는 단어들을 소개하자면 '가시나'와 '낙서', '사랑하다'를 뽑겠다.

 

 

낙서는일본 에도시대에 힘없는 백성들의 항거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민초들의  소리를 적은 쪽지를 길거리에 슬쩍 떨어뜨려놓은 것을 '오토미 부시(落文)'라 한 데서 유래한다.  (본문 중 109p)
본래 '생각하다'는 뜻인데 그 중에서도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
생각 사'에 '헤아릴 량'을 쓴 한자어 사량(思量)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한다.  (본문 중 256p)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젊은 세대(10~30대)는 일제강점기에 마구잡이로 들어온 일본어의 영향권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중장년층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일본어나 일본어에서 유래한 단어들은 모르거나 낯설다 느낄 정도이고 오히려 이 책에는 실리지 않은 만화나 게임에서 사용되는 감탄사나 회화용 짧은 표현, 그리고 다양한 신조어 등을 더 자주 접하고 사용한다. 한자어의 경우에는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그 표현이 한자어인지 아닌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반면 유럽권 언어(특히 영어)는 어려서부터 배우고 회화를 중요시하는 환경에서 자라 친숙하게 느끼고 우리말에 자연스레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가 열려있는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언어가 섞이고 영향을 주고받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말을 소중히 생각하고 제대로 사용하며 보존하자는 취지 또한 아주 중요하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한 번쯤 내 언어생활과 우리말에 대한 지식수준을 파악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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