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잘 모르는데요 - 나를 위해 알아야 할 가장 쉬운 정치 매뉴얼
임진희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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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성인이라면 자신이 나라에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그 세금이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여기까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정치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고 당당히 말해도 된다. 우리가 낸 세금이 모여 나라의 살림살이가 마련되고  그 '한정된 살림살이를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과 그 내용'이 바로 정치라고 이 책은 말한다.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 선택과목이었던 '정치' 말고 우리는 살면서 '정치'라는 단어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정치인들, 정치를 잘한다 혹은 못한다 등의 표현은 익숙하지만 자기 입에서 나오는 일은 영 낯설다. 그동안 어디선가 들려오던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인 탓인지, 삶에 매우 가깝고 꽤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정치라는 것에 우리는 함부로 발을 디디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몇 번이고 정치에 대한 이해하기 쉬운 정의를 내린다. 읽다 보면 '정치는 뭐다-'하고 스스로 정의 내리기는 역시 어렵겠지만, 우리가 은연중에 한 번쯤은 생각해본 것들, 일상생활에서 겪어온 다양한 행위들이 그 정치란 것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의 학생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이 책은 큰 목록만 보면 마치 정치학개론 대학 강의의 목록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정치'하면 떠올리기 쉬운 것들 - 세금, 정당, 선거, 법, 예산, 지차제 등등(주로 책의 2, 3장 안에서 다룬 목록들이다)이 나열되어 있다. 마치 숙제처럼 '심화'라는 이름을 단 목록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지루한 강의처럼 각 단어들의 의미론적 설명을 하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시각자료(그림, 그래프, 표 등)와 가장 최신의 사례, 사건들을 많이 다루고 있고, 자신의 후배들에게 들려줄  정치에 관한 책을 쓰겠다던 포부처럼 어렵지 않게 쓰려고 노력한 게 느껴진달까. 전체적인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사례들이 자주 등장하자 책을 읽을 때 흥미를 잃지 않고 관심 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각 나라들의 세금 걷는 기준이나 참 자주 바뀌는 한국 정당들의 이름들 등등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고 있던 내용들, 궁금하지만 딱히 물어볼 데 없던 질문들에 대답을 들은 것 같아 조금은 시원해진 마음도 있었다. 주의 깊게 듣지 않았지만 자꾸만 귓가를 스쳐가던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서도 텍스트로 천천히 읽어나가자 이제서야 점점 더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최근 있었던 혹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이 내포한 부정적, 긍정적 평가를 숨김없이 이야기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딱히 밝지만은 않은 현 상황에 대해 더 자각하게 만들어주고 읽는 내내 조금은 암울하게 만들어버리는 감도 있었다. 정치의 각 요소들을 떼어다 놓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많이 다루며 설명하다 보니 각 파트가 조금은 동떨어진 느낌도 받았고, 법과 예산 부분은 낯선 만큼 좀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책의 첫 부분부터 느꼈던 것이 책이 아닌 강의로 내용을 전해 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인데, (내용이 낯선 만큼 그리고 저자가 전문 교수나 작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글보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의 육성을 통해 들었다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혹은 이 책을 통해 정치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말하고 싶어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읽고 이야기하기에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정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니 그들과 함께 한다면 더욱 활발한 토론장이 되지 않을까. 나처럼 한번 읽고는 좀 어려웠다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해설 강연회 같은 자리가 있어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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