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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 소년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0
수잔 게리된메츠 지음, 찰라 베라 킬리찰슬란 그림, 윤경선 옮김 / 라임 / 2023년 1월
평점 :
<불량품 소년>은 권위적이고 체면을 중시하며 자식을 소모품이나 자랑거리로 취급하는 어른과 세상을 신랄하고 재치 있게 비판하는 풍자 동화입니다. 우수한(?) 아이를 돈으로 사고파는 미래 세계, 아이를 소모품 취급하는 구제 불능 어른들에게 날카롭고 매서운 펀치를 날리고 있지요.



"최상의 완벽한 아이를 특가 판매합니다."
<불량품 소년>은 숨루의 아빠인 타이푼 씨가 쇼핑센터에서 새 오빠 피랏을 사 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는 엄격한 교육을 통해 양성한 '틀에 박힌 완벽한 아이'를 돈으로 사고파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이유와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이 세계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반듯한 아이를 사고팔아서 번듯한 가정을 이루어 왔지요. 아이 하나를 키우기도 빠듯한 집이 대부분이어서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은 부모의 경제력과 지위를 짐작케 하는 척도가 된답니다.
사실 숨루 또한 '꾹 참기' 우등생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품질 확인서'를 받아서 타이푼 씨네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었어요. 아빠는 무지막지 기업 근무 태만 부서의 부장인데, 임원 승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요. 그런데 임원이 되려면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멋지고 훌륭한 둘째 아이가 반드시 필요했어요. 그래서 점원이 '뿌우리 깊은 사립 학교를 졸업한 다이아몬드처럼 완벽하고 영특한 아이'라고 추천한 남자아이 '피랏'을 구입했지요. 승진 축하 파티를 열어서 최신 유행이라는 주근깨가 매력 포인트인 피랏을 손님들에게 깜짝 소개할 날만을 꿈꾸면서요.
하지만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잖아요? 피랏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슬플 때나 기쁠 때, 지루할 때나 신이 날 때, 시도 때도 없이 방귀가 뿡뿡 새어 나온다는 것이었지요. 웬만해선 감동도 하지 않는 까다로운 숨루 엄마는 노발대발하며 피랏을 당장 반품하라고 난리였어요. 쇼핑센터는 떨이 상품은 반품 불가라고 하지, 하필이면 아빠 동료가 피랏을 사는 모습을 봤다고 하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숨루 가족은 울며 겨자 먹기로 피랏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숨루에게는 피랏을 교육시켜 '20일 이내에 방귀 뀌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라는 막중한 책임이 지워지지요.
아이를 사고파는 설정이나, 황당한 이야기 속 풍경이 자꾸만 우리의 현실과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요? 매콤한 풍자와 감칠맛 나는 유머가 강압적인 세상의 규칙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를 거부하고, 구릿한 방귀를 날려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점점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이었지요. 좋은 책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