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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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다.' 라는 말로 딱히 잘라낼 수 없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을 뜨금하게 한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는 모든 색을 받아 들일 수 있는 하얀 도화지다. 매력있고 쿨하고 다정하고 스마트하고 게다가 경제력과 외모 또한 그렇단다. 본인만 색채가 없는 그저 그런 존재감 없는 사람이란 전전긍긍에 읽는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럼 난 뭐야!"- 애초부터 다자키의 그런 마음이 맘에 안들었다. 죽을만큼 괴워웠던 힘들고 고독했던 무기력했던 시간들이 그렇게 모질게 느껴지지 않는 다고나 할까. -"너만큼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이 있지" - 색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애초 순례를 떠날 기회조차 없는 무기력함에 빠진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색채가 없다고 생각하는 다자키 쓰쿠루는 너무 모든걸 다 가지고 힘들게 살고 싶어 안달이라도 났는지 싶다.

하루키는 무작정 쓰고 다자키는 무뎌질 만큼 자기를 괴롭게 한다. 갖고 싶은 걸 위해 자기를 가두려고 하는 현대인의 자기만족의 무덤이 아닐까.

한 단어, 한 문장에 하루키의 강박증이 느껴진다. 뒤돌아보고 뒤돌아보고 다시 느끼고 다시 적고 반복되고 다시 시작이란 없는 감정없는 새로움이 자꾸 돋아난다. 자를 수도 없는 연기같은 종류석이 자라난다.

다자키의 순례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기 위한 동기보다 사라의 애매한 태도를 확신으로 붙잡고자 뭔가를 보태서 만들고자 깨진 조각의 날카로움에 자꾸 덧칠을 한다. -"그게 아닌데 그건 아니지"- 그렇게 안달나게 깨어있는 새벽에 자꾸 소리와 빛을 엉망으로 하면 안돼는 거지. 순례를 떠난 다자키를 보며 누구나 그런 삶의 무게와 날카로움에 색채가 없는 피를 흘릴 때 그 누군가들은 지금 이유들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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