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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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번 작가의 글에서는 냄새가 남는다. 거칠것 없는 바람처럼 들판을 달리는 그의 문장 사이 사이에는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난다.

 칼의 노래에서는 갯비린내가 수렁같이 깊은 여인의 냄새가 났다. 군인중에 제일인 이순신의 심정을 절절히 떠낸 글에서는 돌아가서 쉬고 싶은 그러나 누워서도 칼날 처럼 명징해야 하는 그의 피곤함이 산처럼 떠밀려 왔다. 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군사의 일이다. 그러나 그는 냄새나는 사람이었다.  

 남한산성은 모래바람이다. 반짝이는 모래가 아니라 텁텁한 모래다. 입안 가득 꺼끄러워 배알까지 다 뱉어내고 싶은 먼지같은 모래다. 임금이 엎드려 있던 마당엔 흙먼지가 날린다. 먼지다 남한산성으로 도망가 숨어 있던 임금은 모래도 안돼는 먼지다. 지금도 남한산성에 봄이 오면 황사가 분다. 엎드려 죄를 빌던 조선의 무릎을 바치던 먼지같은 모래바람이 분다.  

 흑산은 섬이고 섬의 사람에게는 뭍이다. 오목오목 물안개가 기어올라 붙는다. 앞머리에 붙인 이 글의 허구성에 대해 알았음에도 계속 그 경계가 안개가 서린 수평선과 지평선 처럼 아른아른하다. 인물은 살아있던 사람이고 굵직한 사건도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는 분명 허구다. 안개처럼 잡을 수 없는 허상이다. 흑산은 등장 인물의 면면이 오직 살아 있음을 얘기하는 흑산은 섬이 아니라 뭍이다. 검은 바다는 육지 건너 사람들의 두려움에 살아 있다. 글을 읽는 나는 내가 맞는 매가 아니라 아프지 않고 내가 굶지 않아 배부르고 내가 쫓겨가지 않아 붙어 있어 재미있다.  

 읽는 내내 안개가 아른거리고 수평선이 위 아래로 울렁거리고 지평선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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