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양장, 특별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계절은 비어있는 공간을 채운다.

다시 돌아오는 생명은 숨겨지지 않는다.

봄은 잘 벼린 칼날처럼

서걱거리는 겨울의 지하에서 계란찜처럼 부풀어 오른다.

흙은 갈아엎어 까발려지고 생명은 숨겨지지 않는다.

땅거죽은 솜털처럼 초록빛으로 덮인다.

계절은 우주에서 오나.

태양과 달과 지구의 간격과 서로 못 죽어 돌고 도는 이치다.

아니다.

봄기운에 정신 못 차리고 어지러운 아지랑이나, 여름의 징한 매미소리와 권태의 초록빛을 때리는 소나기도, 가을의 화려한 쓸쓸함이나, 겨울 추위보다 닭살 돋는 감격의 첫 눈은 다 공간을 채우는 계절에서 온다.

계절은 참 봐주기가 없다.

인간에게 죽음은 숨겨지지 않는 생명만큼이나 공평하다.

한 번 죽고, 한 번 태어나는 인간에게 계절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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