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브픽션 - 쿨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
손여름 지음, 전계수 원작 / 시아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 어렵게 손에 쥐게 된 책 러브픽션. 택배아저씨와의 밀당으로 도착 날짜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책을 받을 수 있었다. 미워진 택배 아저씨만큼이나 이 책도 미워져있던 찰나, 약간의 의무감으로 저녁 늦게서야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너무 술술 읽히는 문체 덕분에 기껏 되돌린 밤낮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말았다. 원작이 영화 시나리오여서 그런지 정말 읽는 동안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책 속의 주인공의 모습을 하정우, 공효진의 모습으로 상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이야기는 구주월(하정우)의 시점으로 이어나간다. 자신이 소개했듯이 삼십대 미혼남 무명 소설가. 그의 삶은 희진을 만나면서 방울방울 빛났다가, 던져버린 화병처럼 와장창 깨졌다가 하며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게 된다. 이야기 속의 구주월은 평범한 듯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어쩐지 까다롭고 어려울 수 있는 창작의 고통속에 사는 소설가이고, 희진은 알래스카에서 왔다는 설정부터가 평범하지 않은 사진을 전공한 영화를 수입하는 일을 하는 당찬 여자였다. 이들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방울방울해'라는 아기자기한 말을 하는가 하면, 희진의 겨드랑이 털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를 않나, 또다른 자신의 인격체인 M이라는 가상의 존재와 시시때때로 상담을 하는 등 정말 영화스러운 모습들을 보였다.
책 '러브픽션'은 작가의 말처럼 어려운 문학의 느낌이 아니라 대중적인 콘텐츠의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그래서 눈 깜짝할 새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어느새 주월과 희진의 입장이 되어 마치 드라마를 보듯 머릿속으로 영상을 그리게 된다. 시선을 끌만한 조금 유난스러울 수 있는 깨알같은 에피소드들과 구주월의 말하는 듯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책 브리짓존스의 일기를 읽는 것 같았다.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게 그 책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워낙에 책을 느리게 읽는 나도 이렇게 후다닥 읽어버릴 정도로 유쾌하고 깨알같은 책이지만 왠지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를 다 봐버린 느낌이 들어서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드는 것 같기도 하다.
글로 보는 영화같은 느낌의 이 책은 무거운 책을 싫어하는 나에겐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급하게 찍어낸 듯한 느낌을 떨칠 수는 없었다. 존댓말로 이어지다 중간중간 반말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하고 오타도 자주 보였다. 친근하고 유쾌한 내용만큼 편집에도 조금 신경을 더 썼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들지만 오랜만에 가볍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