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생각뒤집기 - 아날로그 감성으로 풀어낸 광고 속 인생 처방전
권덕형 지음 / 샘터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15초, 생각 뒤집기 - 권형덕 광고에세이

 

 나는 평소에 광고, 디자인,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책을 즐겨본다.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디자인 간행물에도 손이 가고, 광고인들이 쓴 책이라고 하면 어쩐지 조금 더 관심이 쏠리곤 한다. 하지만 사람에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이 책을 고를 때에도 표지 디자인이 나에겐 큰 작용을 하는데, 인터넷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는 별로 관심이 생기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냥 맞는 말들이나 늘어놓는 월간지의 분위기가 나서 별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소개글을 읽어보니 광고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광고에세이였다. 광고 서적이라면 조금 색다른 느낌을 풍기고는 하는데 이 책의 표지에 쓰인 바탕체는 지금 봐도 어째 조금 언발란스하다.  아마 문구에 적힌 대로 '아날로그 감성'을 이야기하려 그랬었나보다.

 표지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책 표지에는 커다란 고래가 그려져 있다. 처음엔 이 고래가 뜻하는 바를 전혀 알 길이 없었고, 그저 순수함이나 동심을 자극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만 했었다. 이 고래의 정체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는데, 사실 중간 즈음부터 조금 지루해져서 그만 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그랬었다면 먼 훗날 다시 이 책을 펴고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이 고래의 정체는 광고 속 어린아이가 그리는 그림인데, 이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스케치북 가득 까맣게 칠하기만 한다. 다음 장에도, 그 다음 장에도 이 아이는 계속 까맣게 가득 채우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다. 선생님과 가족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정신병원에 갇힌다. 하지만 아이는 병원에서도 계속 까맣게 색칠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곡선 모양의 여백을 만든다. 의료진들은 그제서야 그 그림들을 다 모아 퍼즐처럼 조합해보는데 위에서 내려다 보자 그건 다름아닌 까만 고래였다. 이 고래의 정체를 알고 나자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거라곤 유머로 떠도는 학생이 까맣게 도화지 가득 칠해서 선생님께 김이라고 말하니까, 선생님이 쭉쭉 찢어버리더니 떡국에 넣어 먹으라고 한 일화밖에 없었는데 내 상상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표지에 조금 어색하게 하늘을 떠다니던 고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가 알려주려는 광고는 이런 것이다 라는 큰 한방이 바로 이 고래였던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를 요하는 모든 직업에서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어야 할 것이다. 때론 어린 아이가 되어도 보고, 때론 100살 가까이의 노인이 되어도 보고, 때론 지금 내 손 아래에 있는 키보드가 되어도 봐야 하는, 그게 바로 아이디어와 창작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15초, 생각 뒤집기는 광고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의 소소한 이야기와, 일명 광고쟁이라 불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치열한 경쟁세계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TV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CF제작자들의 이야기지만 그 속의 어려움과 포기해야 할 많은 것들이 조금은 그 직업을 멀고 안타깝게 느껴지게 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가볍게 읽히는 CF의 이야기였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챕터마다 소개하는 광고의 캡쳐사진이 있는데 대부분 너무 작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 광고를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궁금해져서 앞으로 돌아가서 사진을 보게 되는데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없었으면 상상이라도 했을 텐데 하는 답답함이 일었다. 사진 수를 줄이고 사이즈를 크게 해서 한 장면만이라도 또렷하게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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