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메이어 , 앤드류 니콜 / 그녀가 원한 건 과연 사랑이었을까

굿 메이어
앤드류 니콜 지음, 박미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월

멍청한 남자와

멍청한 여자의

멍청한 사랑이야기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많은 로맨스소설에서 드라마틱한 로맨스를 그리니 나는 짜증나는 로맨스를 그리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읽는 내내 답답함을 한껏 고조시키는 소설이다. 도덕과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도트의 시장 티보와 아이를 잃고 변해버린 남편 때문에 외롭고 어두운 생활에서 꾸준히 사랑을 원하고 얻으려 애쓰는 아가테. 하지만 핑크빛 아름다운 표지 속의 이야기들은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가장한 답답한 비극이었다. 20년간 존경을 받고 있는 시장 '선량한 티보 크로빅'은 멍청하고 답답하고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캐릭터를 양껏 포장한 모습이었고,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자로,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모습으로 표현된 아가테는 실제로는 정신적 사랑보다 육체적 사랑을 원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의 모습은 또렷하 그려졌는데 이야기 속의 그들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포장되어 있었다. 그 부분에서 아이러니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신사적인 시장이었겠지만 겁쟁이 남자였던 티보는 아주 느리게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그녀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그녀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도 싫어했던 남편의 사촌과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그녀는 크로빅에게 "당신은 나에게 키스조차 하지 않았잖아요."라고 억울한 듯 말하고 있었고, 그는 갑작스레 떠난 그녀의 마음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자신의 직위 때문에 마음이 원하는 대로 무엇하나 선뜻 표현하지 못하는 크로빅도 답답했지만, 마치 망나니처럼 그려진 그녀가 끔찍하게 싫어했던 남편의 사촌과 육체적 사랑 때문에 함께 하게 되다니. 그러면서 그걸 또 사랑이라 착각하다니. 나는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이 똑똑하고 아름답게 그려졌던 아가테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사촌이 원하는 것을 얻고 또다시 망나니 모습을 보여도 뿌리치고 나오지 못하는 미련함에도 진저리가 쳐졌다. 운명을 야기하기라도 하듯 중간중간 체사레의 오묘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밝아지는 엔딩을 기대했었던 것도 같다. 육체적 사랑때문에 선택한 그로 인해 몸과 정신까지 엉망진창으로 망가져버린 그녀의 모습은 어쩌면 안타까운 동정심을 자극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한치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아가테 그녀가 미련하고 답답해 보였을 뿐. 이야기가 시작될 때의 남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 외로워하는 그녀는 안타깝고 애처로워 보였지만 그녀는 점점 자기 스스로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와 그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완전한 비극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멍청하고 답답한 남자와 여자가 과연 마지막 페이지가 끝난 후에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말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나는 여전히 믿음이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