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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사람혁명 -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힘
신동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를 재조명한다면 그 이유는 용인술 때문일 것이다. 내게 용인술의 기준은 오직 하나 '실력'뿐이다. 직무에 부합하는 실력자가 있으면 과감히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사람됨이나 직무와 관련 없는 허물에 대해서는 조금도 문제 삼지 않았다.
손권은 물려받은 물적·인적 자원이 풍부했다. 유비는 감성에 호소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었다. 나는 탁류 출신에 외모도 부족한 데다 손권과 유비가 지닌 자산도 없었다. 다만 내 가슴에는 천지를 삼키고 내뱉을 만한 웅지가 가득했고, 머리에는 우주를 감싸 안을 정도의 지략이 넘쳐났다. 이는 손권가 유비가 갖지 못한 나만의 장점이었다. 또한 나는 인재를 모으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한 '실력주의'를 관철했다. 그리고 그게 보기 좋게 적중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즈>에 게재된 'Who is Cao-Cao?'라는 특집기사 중 일부이다. 저자는 첫페이지부터 조조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한다. 그들은 둘다 출신이 좋지 않았고, 천하를 호령하게 된 결과는 대벽변의 시대 상황과 파탈의 리더십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유에서 라고. 나는 조조와 잡스를 하나로 보는 것에는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리더십의 표상인 것 만은 확실하다.
책에서는 조조가 가진 장점, 강점들을 일화와 함께 언급한다. 조조의 결단력, 리더십, 그리고 공과 사를 구별하여 공적으로는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사람을 쓰고 사적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얻는 사람혁명 등. 책의 내용대로라면 조조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를 제대로 쓸 줄 아는 리더였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일대기를 읽으며 이렇게 정감이 안 가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는 사람을 이용가치에 따라 쓰고 버리는 인재기용에 관한 결단력에는 능했는지 모르겠으나 온정이 있는 리더는 아니었다. 현시대에 잡스와 비교를 하기에는 너무 자기중심적인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인정에 빠지지 않고 두려움으로 부하들을 사로잡는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겠지만, 현재의 리더는 강력한 리더십에 온정과 적당한 융통성 또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본다.
챕터별로 길지 않게 분류된 일화에서 사극의 주요장면만을 골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