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순수함을 갈망하는 건 어른들만의 습관이 아닐까. 그러니까 '순수하고 싶어', '순수함을 잃지 않고 싶어.' 라는 말은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나는 늘 생각하고, 끄적여 본다. '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어른이 되기 싫어. 꼭 어른이 되어야 하나?'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이미 냉정하고 차가운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버렸다는 말이 된다. 순수함이란 어떻게 보면 깨끗함이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 보면 그것은 무지함, 멍청함 또는 세상 모르는 바보로 보일 수 있다. 나에게, 그리고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경험을 통해 쓰여진 수많은 책에서 같은 말들로 가르쳐주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바로 앞만 보고 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은 전해졌으면 좋겠다. 어린왕자의 생각, 어린왕자의 마음. '어른'인 당신들의 마음 속 저 끄트머리 깊숙한 곳에 있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그 순수함이나 사랑에 대한 깨끗한 감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 2011년에는 페이스북 독서커뮤니티를 통해 어린왕자를 다시 접했다. 어린시절 분명히 읽은 책이었는데 20대 중반이 되어 다시 읽는 어린왕자는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상상속의 어린아이, 그러니까 어린왕자의 여리고 깨끗한 그 감성을 내 잘못된 이해력으로 해칠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보다는 조금 커버린 모습의 어린왕자가 그려졌다.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어리지 않은 어린왕자랄까. 어른의 문턱에 서있는 어린왕자. 순수함과 사랑을 여전히 마음속에 가득 담은 체 몸만 커버린 어린왕자. 내가 꿈꾸는 내 모습, 맑은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작년에 읽었던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랐고 느끼는 크기 또한 달랐다면 아마 이 책을 읽는 어른들은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삶이 조금 퍽퍽하게 느껴지고 사람을 믿기 힘들 때, 혹은 문득 사랑이 두려움이나 불신으로 변질된 느낌이 들어 외로울 때, 그럴 때마다 어린 마음을 간직한 체 어른이 된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독거리기를 추천한다.
p. 106
나는 우리가 얼마나 빈번하게 사랑이 아닌 두려움과 불신의 영향을 받으면서 행동하는지 잘 알고 있어. 사람과 사람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인간성이나 인격이 비단이나 칭찬을 받기도 하잖아. 단 한 사람이라도 고통을 받는다면, 다른 누구도 온전히 행복할 수는 없어.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우리와 무관한 것은 없으니까.
그건 고통이나 행복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야. 왜냐하면 세상은 즐거울 때조차 여전히 고통스러운 곳이고 또한 고통이 있더라도 즐거움을 막지는 못하니까. 고통을 많이 겪을수록 행복도 더 많이 누리게 되는 거야. 그래서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무디게 만들면 안 돼.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p. 112
"저는 심각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른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경우, 어떻게 심각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어른이 될 수 있나요?"
(중략)
"어린 시절에 꿈꾸던 세상이 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단다. 그렇게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사람이 되고 말아. 결국 소중하게 간직해 온 꿈을 버리고 합리적인 사고라는 안전함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단다. 그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안전하게 보이는 것들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숫자와 틀에 박힌 일상을 사랑하면서 심각한 사람이 되어 가는 거야. "
p. 150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웃는 거잖니? 사랑을 간직하는 유일한 방법도 그것을 계속 나눠 주는 거야. 너 스스로 자기중심적인 세상, 그러니까 어린아이의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게 열린 세상, 즉 어른들의 세상 사이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때가 올 거야. 그때가 되면 변덕스러운 마음이나 엄격한 규칙, 그리고 이기심을 버려야 해. 그래야 가장 고귀한 원칙을 지켜 낼 거라는 믿음을 키울 수 있어. 무엇보다 너 자신을 사랑해야 돼. 그러면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