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TQ 엑셀 2010 스타트업 시리즈
DIM연구소 지음 / 이한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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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재로 삽니다.책값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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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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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보통은 어떤 한 집단이 형성되면 자연스레 권위라는 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책이든.

권위가 자연스레 형성되었다손 치더라도 권위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가령, 사자가 초원의 왕으로 군림하며 권위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덩치를 유지하기엔 꿀이나 훔쳐먹고 머루나 다래로 연명하기엔 영양결핍으로 죽기에 딱 맞아'하는 결심으로 산에서 내려 온 곰을 보고만 있거나 물리치지 못한다면 그 권위는 곰에게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죽기 살기로 싸우고 내가 금 그어 놓은 영역 안으로 한 발이라도 들여 놨다간 니 가죽이 내 깔개가 되리라는 포효가 있어야 한다.

포효가 위협이 되어야 함은 말할것도 없고!


한겨례문학상은 어쩐지 포효소리가 위협적이지 않고 날로 위축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상 중의 하나다.

문학을 전공해서 문학에 조애가 깊고 글을 보는 눈이 날카로워 조목조목 어디가 허하고 어디가 실한지 짚어 내는 깜냥이 있어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한 달에 많으면 서너 권, 적으면 한두 권  책을 읽는 평범한 독자일 뿐이다.

읽다보면 남들은 다 허접하다고 해도 내 취향인 책이 있어 좋게 평가 하기도 하고, 깊이와 무게를 가진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 취향이 아니라서 지루했던 책이다 여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겨레문학상에 대한 내 생각은 오로지 개인적인 내 생각일 뿐이다.

육식 동물에게 풀을 멕였다든가 초식 동물에게 닭을 잡아 주었더니 배부른 소리 하더라... 쯤 여기면 될게다.


한겨레문학상이 19회 수상작을 낸 거면 문학상을 주기 시작한지 20년이 다됐다는 말이다.

문학상마다 특징이 있고 나름의 색깔이 있다. 우리는 이런 문학 성향을 지향하고 있다를  작품의 계열을 더듬어 보면 알수 있다.

안정의 추구냐 파격의 시도냐로 딱 구분 되는 건 아니지만 어느 곳이든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작품상의 권위가 세월이 지날수록 탄탄해지리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내가 한겨레 문학상을 다 읽어 본 건 아니다.(작품 계보를 보니 여섯 편 읽었다.)

읽어 본 작품 중에 기억나는 작품은 최근에 읽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작품과 이전에 읽었으되 괜찮게 기억되는 작품 딱 두 편이다. 그런데 그 두 작품 사이에도 간극이 너무 커 같은 문학상을 탔다고 믿기 어렵다. 같은 문학상을 탔다고 해서 쌍둥이 처럼 닮아야 하느냐? 는 아니다. 응모된 작품들 중 가장 좋은 작품이 상을 타는 것이다. 상을 주고 보니 지난번 애랑 색깔이 다르네? 그러면 안되지 비슷한 애를 찾아야지! 하라는 것도 아니다.

어쩌란 말이냐고? 물론, 나도 모른다. 내가 전문가가도 아니고 문학상 심사위원도 아니니 뭐라 얘기할 수 없고 얘기한다고 해도 씨알도 안멕히는 말들 뿐일 게 뻔하다.

하지만, 사자의 울음을 들어야 하는 초원에서 곰의 포효를 듣는 낯선 기류가 날로 진해져 간다는 느낌이 드는 상이 한겨레문학상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문학이 초원에서 들리는 곰의 포효라면 할 말 없다.


[상실의 시간들]은 평범한 사람이 죽은 뒤 남겨진 자들이 감당해야 할 죽음의 뒷치닥거리를 기록한 내용이다.

가족 일원의 상실로 인한 남겨진 가족들이 나눠 가져야하는 일정한 책임과 대처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자체로만 본다면 흡인력도 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자료를 찾고 고치고 다듬어 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이 다음에는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구나 기대를 해도 좋을 작가구나 여겨진다.


이런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실의 시간들]은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려 하다보니 넣지 않아도 좋을 재료들이 섞여 있어 뭐야? 야채 비빔밥에 고등어가 들어가도 되는거야? 싶을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고등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고등어 맛이 너무 강해 야채 비빔밥이라는 정체성이 없어졌다는 거다.

어디서 그렇게 고등어 냄새가 많이 났어요. 고등어맛 조미료만 조금 섞었을 뿐인데...한다면 유달리 고등어맛에 민감한 내 미각 탓이다.

그리고, 고등어 맛에 민감한 내 미각으로 한 마디 감히 아뢸 기회를 준다면 청소년을 소재로 한 성장소설을 쓴다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거라는 거다.


'상(賞)이라는 건 더 잘하라는 매'였다는 걸 지나고 보면 알게 된다.

잔칫상 잘 받아먹고 나서면서 한다는 소리가 '물이 제일 맛있네!'로 끝나는 것 같아 뒷통수가 따갑고 다시 초대해선 안되는 손님 명단에 오른 것 같아 벌소릴했군 싶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어디나 있는 법이니 괘념치 말아달라는 줄행랑의 서로 맺는다.


작가의 건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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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드라큘라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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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오래된 유령과의 만남이다.

한 여름밤에 만나기에 이만한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을까 싶을만큼.


요즘처럼 유령이 다양화 되기 전의 서양 귀신은 드라큘라가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좀비나 처키같은 요즘 유령들은 명함도 못 내밀 카리스마와 악마적 위풍당당함을 갖춘 백작 칭호에 빛나는 귀족 유령 등급이라고나 할까!

하얀 얼굴에 검은 망토 휜칠한 키 그리고 기습적인 키스와 함께 드러나는 긴 송곳니!

백작이라는 칭호가 얼마나 높은 작위를 뜻하는지는 몰라도 드라큘라는 시시한 가문의 유령이 아닌것 만큼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을 만큼 드라큐라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마늘을 싫어하고 십자가 앞에서 맥을 못추고 낮엔 힘을 못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깐 마늘을 한 사발씩 머리맡에 두고 잤던 기억도 새록하다.


영화로 봤거나 동화책에서 읽은 단편적인 내용의 드라큘라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열린책들에서 펴 낸 [드라큘라]를 읽고 몰랐던 사실들을 새로 알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령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이 이야기가 1897년 무려 100년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드라큘라에게 피해를 당했거나 없애기 위한 사람들의 편지이거나 일기로 끝까지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초 단위로 변한다는 현대에 100년 전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인내와 세대의 벽을 뛰어넘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겠지만 장르가 장르인 까닭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몰입하는데 아무런 세대의 장벽도 인내심의 요구도 필요치 않았다는데 드라큘라가 100년 동안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할 수 있었던 답을 찾을수 있었다.

최근 몇 년동안 영화와 소설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뱀파이어 이야기의 원조가 드라큘라에서 파생되었음을 짐작하는 바, 드라큘라는 현대에도 여전히 가치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만을 희생물로 삼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이야기 초반은 조너선 하커라는 변호사가 드라큘라의 백작의 업무적 요청에 의해 트란실바니아로 떠나게 되는데 트라큘라가 첫 희생양으로 점찍은 사람이 남자라는 점이다. 드라큘라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인물이 반헬싱인데 공포 영화에 자주 등당하는 반헬싱이라는 이름이 이 책에서 시작되었음을 아는 것도 미소를 짓게 했다.

아이들 탐정만화 '명탐정 코난'이 셜록홈즈를 쓴 코난 도일의 이름을 빌린 것을 알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볼 때 처럼 오싹하거나 으시시한 느낌은 영상과 음향이 빠져 덜하지만 음산한 드라큘라 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느낌은 책이 훨씬 낫다. 독자의 상상이 가미되어 드라큘라 성은 훨씬 어둡고 광활한 무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물들 각자가 드라큘라 백작에 얽힌 부분에 대해 쓴 일기와 편지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기도 하고 연결이 쉽지 않아 몰입을 방해한다 싶을 때도 있다. 더구나 한 권이 아닌 두 권이니 분량도 방대하다.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라 소설이지 않은가?

영상과 음향이 주가 되는 영화적 재미를 잠시 놓아두고 심리적 묘사와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해 읽으면 이 책이 백 년을 뛰어 넘어 온 금방 아름다운 여인의 피를 마신 따끈따끈한 드라큐라의 심장과도 같음을 느낄 수 있다.


정의로운 자가 이긴다는 해피엔딩에 안도하지만 피를 빨린 자의 심장에 모두 말뚝이 박히지 않는 한 드라큘라는 영원히 존재하리라는 등골 서늘해지는 암시가 존재하고 있어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간이 좁아 따닥따닥 붙어 떼어 읽느라 눈이 피로했음은 노안이 오기 시작한 내 시력 탓이려니 하지만, 오탈자가 많은 건 열린책들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P93 밑에서 두 번째 줄

 적개심으로 이를 윽물고 있는 표정이었다. -> 악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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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터키 나를 부르는 시리즈
송수진 지음, 김진희 사진 / 하나의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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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그랜트와 쥴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영화 '노팅힐'을 보면 파리 날리는 고서점에 일하는 휴그랜트가 우연히 들린 쥴리아 로버츠가 터키에 관심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추천해 주는 책이 있다.

책 제목이 '이스탄불'인데 우리나라에도 민음사에서 2007년에 펴 내 터키를 알고자 하거나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읽힐 만큼 유명한 책이다. 휴그랜트를 좋아하는 팬이라 영화 '노팅힐'을 보고  휴크랜트가 권한 책이란 말이지...(물론, 나에게 권한 건 아니었지만..ㅠ)하면서 샀던 책이기도 하다.

이왕 샀으니 읽어봐야지 하고 읽었는데 두께도 두께지만 여행서라기 보다는 인문서여서 다 읽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는 기억이 새록하다.

 이 책이 나에겐 처음 터키를 알게 한 책이었고, 제대로 터키를 그리게 된 책이었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터키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언젠간 터키를 꼭 가보리라는 생각하고 있다. (휴그랜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텐데..슬프게도 방법이 없다.)

애니웨이,

마음속에 꿈꾸고 있는 한 나라가 있고 소망하는 도시가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 나라에 대한 책이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이고 그 나라에 대한 뉴스에 귀가 쫑긋 세워지는 감각의 촉이 살아 있는 걸 느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니까.


[나를 부르는 터키]는 '그냥 터키에 가 보는 거야'라고 생각한 작가가 터키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느낀 여행의 소소한 느낌과 새롭게 느껴지는 터키 문화에 대한 소개, 보여 주고 싶은 곳, 함께 나누면 좋은 음식, 여행 중간중간 몸으로 느낀 알아두면 좋을 여러가지 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한 내용으로 눈을 사로잡거나 특별한 내용이 담겨있어 꼭 이 책을 봐야겠어..싶은 차별화를 찾아 내려는 독자들에겐 실망을 줄 수도 있는 책이다.

상세한 지도를 곁들여 어느 지역이 어떻게 뻗어나가고 연결되어 있다는 친절한 설명을 찾기도 힘들다. 지역을 중심으로 호텔이나 음식점, 주변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느 여행서에서 볼 수 있는 깨알 정보를 기대하면 속상할 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온 지도는 이 지도가 전부다. 두루뭉술 아우트라인만 잡은 초등학교 책에 나와 지명 이름을 익힐 때 사용하는 지도 정도다. 이런 불친절한 여행서가 있나? 싶지만, 여행서도 여러 층임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의 장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면서 쏟아져 나오는 여행서들은 가히 과유불급 수준이다. 디테일에 촛점을 맞춰 골목길까지 상세히 소개하는책자가 있는가 하면 사진에 몇 줄 감상만 올려 놓은 명상집 같은 여행서도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의 고뇌는 독자의 몫이다.

만분의 일 지도를 챙길지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다 그곳에서 마딱뜨리는 풍경과 사람과 느낌을 가져 올 것인지에 대한 선택.


디테일을 원하는 독자는 이 책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처음에 밝혔듯, '그냥 터키에 가보는 거야' 로 시작되니까.

그렇지만,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터키는 참 매혹적인 곳이구나를 이 책을 통해 금방 느끼게 된다.

그냥 떠난 사람이 무심히 바라보는 풍경들은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풍경과의 온도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구나..나처럼 준비 안된 사람도 가면 이런 풍경과 마주칠 수 있겠구나..부담감을 뺀 편안함이 있다.

조근조근 높지 않은 목소리로 이런게 참 좋더라, 이건 피하고 저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것만은 꼭 해봐! 그때 그 곳의 풍경을 너도 함께 나눌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것 좀 봐, 정말 신기하지 않니? 하는 다정한 연인이나 친구에게 속삭이듯 들려주는 목소리를 느낄 수있다. 

 

천천히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소개하는 곳을 읽다 보면 터키라는 도시와 풍경이 낯설지만 낯설지 않게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중간 중간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는 미소를 짓게 하는 여행지에서의 추억담이기도 하다가 메모해 놓으면 좋을 깨알 팁이 되기도 한다.

아주 불친절하지만은 않아요! 하듯

중간중간 여행자 노트라는 지면을 할애해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터키 음식과 향신료, 여행에 재미를 더하는 터키 정보가 간단히 소개하고 있어 터키가 이런곳이고 이런 특징이 있구나를 아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다녀 올 수 있어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사는 다른 풍경들을 찾는다면 터키로 가세요.

잠시 나를 내려 놓고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기엔 터키만 한 곳이 있을까요?

멋진 풍경의 다음 주인공은 당신이 될겁니다.


책 장이 넘어 갈 수록 속삭이는 목소리는 더 깊어가고 진심이 담겨 있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나도 보스포루스 해협의 바람에 머리를 헹구고 파묵칼레 온천에서 내 온 몸을 헹구고 오리라. 향신료 진한 케밥도 먹어보고 이슬람과 비잔티움 문화가 공존하는 이스탄불의 한복판에도 서 보리라!

그래, 가방을 싸자! 이번엔 터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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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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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여,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것을"

이 문장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으로 유명한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라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하이쿠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명한 누군가가 남긴 어록에 나오는 말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5.7.5 열일곱 자로 삼라만상에 담긴 철학을 한 줄에 엮어내는 촌철살인이 파닥이는 하이쿠!

익히 알려진 몇 편의 하이쿠를 알고는 있었지만 하이쿠 한 줄에 담긴 깊은 삶의 의미와 넓은 철학을 아울러 읽어 볼 기회도 깜냥도 못되었었다.

어떻게 보면 참 쉽게 쓰여진 시 같기도하고 말장난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깨달음을 주는 한 줄이어서 읽을 때마다 그 의미가 달라지는 기이함을 느끼게 하는 게 하이쿠 이기도 했다.


[한줄도 너무 길다]로 14년 전 하이쿠 모음집을 엮어 펴낸 류시화 시인이 이번에 새로 이 책을 엮어 선 보였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에도 시대의 바쇼, 부손, 잇사, 시키에서부터 현대의 하이쿠까지 다 아우르고 있어 하이쿠를 집대성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0명 시인들의 하이쿠 1370여 편이 실려 있어 450년전의 하이쿠속으로 걸어들어가다 보면 하이쿠의 숲이 얼마나 깊고 향기로운지 폐부까지 느껴져 온다.

하이쿠가 낯선 독자들을 위해 류시화 시인이 직접 하이쿠에 대한 해설을 달아 하이쿠 이면에 숨쉬는 뜻과 배경, 하이쿠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시인의 눈으로 재해석해 하이쿠의 세계로 입문하는데 어렵지않게 길을 열어두었다.


 

열 마디 말을 줄여 한 마디로 말 할 수 있으면 시인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라 들은 적이 있다.

시를 독자가 느끼도록 해야지 설명하려 드는 순간 죽은 시라고도 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하이쿠는 가장 시다운 시라고 할 수 있다!

살과 비계는 다 버리고 오롯한 뼈만 발라 꼿꼿이 세워 놓은 시의 정수를 보는 것 같다.

깨달음을 주는 선시 인 듯도 하다가 짧은 촌철살인의 한 문장인 듯도 하다가 열 마디 말을 15글자에 응축시켜 담은 긴 소설같은 느낌도 든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책에 나온 하이쿠를 쭈욱 훑어보면 자연을 노래한 하이쿠가 가장 많아 보이지만, 사랑을 노래하고 마음의 시름을 쏟아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하이쿠도 많이 눈에 띈다.

어떤 방향에서 노래 하든 하이쿠는 모두 짧은 화살처럼 날아와  긴 여운을 남기며 가슴에 꽂힌다.

특히, 잇사의 하이쿠는 자신이 처한 가난과 처지를 자연과 사물에 빗댄 문장이 많았는데 읽으면서도 그의 상황과 힘든 삶이 절절이 느껴져 가슴 아팠다.


 간노 다다토모의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같은 하이쿠를 읽으면 나무의 한 생애가 차례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도 함께 오버랩되는 깊이가 있어 하이쿠의 세계가 얼마나 오묘하고 함축적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멋지다!!

책의 구성도 중간중간 펼쳐 보일 수 있는 페이지를 마련해 하이쿠의 운치를 더했다.

책을 읽으면서 접혀 있던 페이지를 펴 보면 멋진 엽서를 받은 기분도 든다.

책의 구성도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고 불리는 하이쿠지만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소설 한 권 분량이 되는 시도 있음을 알게 된다.

짧은 한 문장을 외워 조용히 읊조리다 보면 시의 파동이 온 몸에 전해져 내면마저 고요해 지는 것 같다.

아직 하이쿠를 몰랐거나 알았으되 좀 더 깊이 알기를 바라는 독자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두툼한 책의 두께 만큼이나 읽는 이의 마음이 두터워지고 훈훈해 질 것이라는 건 얘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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