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드라큘라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오래된 유령과의 만남이다.

한 여름밤에 만나기에 이만한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을까 싶을만큼.


요즘처럼 유령이 다양화 되기 전의 서양 귀신은 드라큘라가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좀비나 처키같은 요즘 유령들은 명함도 못 내밀 카리스마와 악마적 위풍당당함을 갖춘 백작 칭호에 빛나는 귀족 유령 등급이라고나 할까!

하얀 얼굴에 검은 망토 휜칠한 키 그리고 기습적인 키스와 함께 드러나는 긴 송곳니!

백작이라는 칭호가 얼마나 높은 작위를 뜻하는지는 몰라도 드라큘라는 시시한 가문의 유령이 아닌것 만큼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을 만큼 드라큐라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마늘을 싫어하고 십자가 앞에서 맥을 못추고 낮엔 힘을 못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깐 마늘을 한 사발씩 머리맡에 두고 잤던 기억도 새록하다.


영화로 봤거나 동화책에서 읽은 단편적인 내용의 드라큘라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열린책들에서 펴 낸 [드라큘라]를 읽고 몰랐던 사실들을 새로 알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령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이 이야기가 1897년 무려 100년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드라큘라에게 피해를 당했거나 없애기 위한 사람들의 편지이거나 일기로 끝까지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초 단위로 변한다는 현대에 100년 전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인내와 세대의 벽을 뛰어넘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겠지만 장르가 장르인 까닭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몰입하는데 아무런 세대의 장벽도 인내심의 요구도 필요치 않았다는데 드라큘라가 100년 동안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할 수 있었던 답을 찾을수 있었다.

최근 몇 년동안 영화와 소설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뱀파이어 이야기의 원조가 드라큘라에서 파생되었음을 짐작하는 바, 드라큘라는 현대에도 여전히 가치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만을 희생물로 삼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이야기 초반은 조너선 하커라는 변호사가 드라큘라의 백작의 업무적 요청에 의해 트란실바니아로 떠나게 되는데 트라큘라가 첫 희생양으로 점찍은 사람이 남자라는 점이다. 드라큘라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인물이 반헬싱인데 공포 영화에 자주 등당하는 반헬싱이라는 이름이 이 책에서 시작되었음을 아는 것도 미소를 짓게 했다.

아이들 탐정만화 '명탐정 코난'이 셜록홈즈를 쓴 코난 도일의 이름을 빌린 것을 알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볼 때 처럼 오싹하거나 으시시한 느낌은 영상과 음향이 빠져 덜하지만 음산한 드라큘라 성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느낌은 책이 훨씬 낫다. 독자의 상상이 가미되어 드라큘라 성은 훨씬 어둡고 광활한 무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물들 각자가 드라큘라 백작에 얽힌 부분에 대해 쓴 일기와 편지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기도 하고 연결이 쉽지 않아 몰입을 방해한다 싶을 때도 있다. 더구나 한 권이 아닌 두 권이니 분량도 방대하다.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라 소설이지 않은가?

영상과 음향이 주가 되는 영화적 재미를 잠시 놓아두고 심리적 묘사와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해 읽으면 이 책이 백 년을 뛰어 넘어 온 금방 아름다운 여인의 피를 마신 따끈따끈한 드라큐라의 심장과도 같음을 느낄 수 있다.


정의로운 자가 이긴다는 해피엔딩에 안도하지만 피를 빨린 자의 심장에 모두 말뚝이 박히지 않는 한 드라큘라는 영원히 존재하리라는 등골 서늘해지는 암시가 존재하고 있어 이야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간이 좁아 따닥따닥 붙어 떼어 읽느라 눈이 피로했음은 노안이 오기 시작한 내 시력 탓이려니 하지만, 오탈자가 많은 건 열린책들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P93 밑에서 두 번째 줄

 적개심으로 이를 윽물고 있는 표정이었다. -> 악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