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황소연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건물 옆에 자리한 호수는 물결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금 전보다 더 격렬한 몸서리가 났다. 그 잿빛 사초와 으스스한 나무줄기, 사람의 눈 같은 텅 빈 창문들의 물그림자가 거꾸로 수면에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p.8~9)
✒25편의 단편 중 첫 단편 <어셔가의 몰락>부터 오싹함을 느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은 진짜 많이 들어봤는데(전집도 소장 중인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음^^;;) 이번에서야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역시나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록된 단편 모두 스산하고 오싹하며 단순히 무섭다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무언가의 공포감이 정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초자연적 현상 또 때론 거대한 자연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 현실과 비현실,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여러 작품들에 정말이지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상황과 장면에 대한 묘사, 인물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묘사가 이렇게나 뛰어날 수가 있다니!!! 읽으면서 내가 각 단편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단편은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문장이 많아서 쉽게 넘어갈 수가 없기도 했고 또 어떤 단편들은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었는지 충격과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작품들은 유령, 자아분열, 살인과 시신 은닉, 복수, 바다에서의 소용돌이, 죽음 후에도 깨어있는 정신, 살아난 미라, 최면술, 윤회설, 편집증, 흑사병, 신경증, 생매장 등 다양한 소재로 공포와 오싹함을 주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단편은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나‘가 컴컴한 곳에서 구덩이 속으로 빠지기를, 속박당한 채 조금씩 내려오는 칼날과 같은 추에 의해 죽기를, 달궈진 쇠와 점점 좁혀지는 철벽에 의해 죽음으로 몰아가는 단편인 <구덩이와 추>였는데 그 장면들이 너무나 생생해서 정말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단편은 죽음을 앞둔 발데마르에게 최면을 걸은 이야기인 <발데마르 사건의 진실>인데 최면 상태인 그가 생명의 징후가 없음에도 어떤 목소리를 내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소름이 쫘악~ 돋았다.
˝응...... 아니야...... 자고 있었는데...... 지금은...... 지금은...... 죽었어.˝(p.296)
세 번째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결말이 가장 충격적이었던 <베르니스>이다. 편집증 환자인 주인공이 하필이면 아내의 흰 치아에 꽂혀서...(결말을 얘기하면 스포가 될까봐서 여기까지^^;;) 생각지도 못한 결말부분에서 헉!!했다는..
공포물을 안 좋아해서 드라마나 영화, 소설 모두 피하는 편인데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선>은 정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면서도 매혹적이고도 또 어떤 단편과 문장들은 아름다워서 공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작품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방종한 지식이 성급하게 세상의 노화를 불러왔거든. 인류는 치열하지만 불행한 삶을 사느라 이걸 못 보았거나 못 본 척했던 거야. (...) 마지막 셋이 저마다 가졌던 인위적인 특성들은 지구가 앓은 질병의 일부분이었고, 우리가 목격한 그들의 멸망은 그 질병을 고치는 해결책이었어. 하지만 전 세계가 감염된 경우에는 죽음 외엔 회복을 기대할 수 없었어. 인간이 멸종하지 않으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걸 본 거야. - P157
화가가 작업에 광적으로 몰두해 화폭에서 좀체 눈을 떼지 않고 아내의 얼굴마저 거들떠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그는 캔버스에 칠하는 연한 붉은 빛깔이 옆에 앉은 아내의 뺨에서 끌어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 P245
하지만 윤리학에서 악은 선의 결과이듯 사실 슬픔은 기쁨에서 태어난다. 지난날의 행복했던 기억이 오늘날의 고통이 되거나, 현재의 비애는 과거에 가졌었을지 모를 황홀감에서 기인한다. - P339
이제 발데마르에게서는 더 이상 아무런 생명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사망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간호사들에게 그를 인계하려는데, 혀가 격렬하게 떨리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런 동작이 1분 정도 계속되다가 뚝 멈추더니 딱 벌어져 움직이지 않던 턱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안의 광기가 나와야만 그걸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해보자면 어울리는 말이 두세 개쯤 있다. 예를 들어 거칠다, 갈라졌다, 공허하다는 표현이 가능할 법하다. 하지만 그토록 인간의 귀를 괴롭히는 소리는 이제껏 없었다는 점에서 그 끔찍함을 완전히 설명할 길은 없다. - P295
"응...... 아니야...... 자고 있었는데...... 지금은...... 지금은...... 죽었어." - P296
그러므로 오로지 사소한 것들에만 균형을 잃는다는 점에서 내 이성은 프톨레미 헤파이스티온이 말한 바닷가 암벽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인간의 거센 공격이나 그보다 더한 파도와 바람의 맹공에는 꿈쩍도 않지만 수선화라는 꽃에 닿으면 전율하는 바위 말이다. - P345
건물 옆에 자리한 호수는 물결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금 전보다 더 격렬한 몸서리가 났다. 그 잿빛 사초와 으스스한 나무줄기, 사람의 눈 같은 텅 빈 창문들의 물그림자가 거꾸로 수면에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 P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