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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시골생활 2 : 우리들의 놀이 ㅣ 짱뚱이의 시골생활 2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파랑새 / 2023년 10월
평점 :
<<짱뚱이의 시골생활>>은 지리산 자락에서 세 살부터 일골 살까지 살았던 오진희 작가가 그 때 그 시절의 일화들을 풀어내고, 귀엽고 유쾌한 아이들의 일상을 그리는 신영식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그 때 그 시절 개구쟁이들을 중심으로 시골생활을 생생하게 표현한 만화책이다.
1998년에 처음 선보이고 올 가을 작은 사이즈로 리커버되서 재출간되었다.
통통한 볼에서 귀여움을 뿜뿜 발산하는 매력덩이 짱뚱이 그림에 반해버렸는지 아이들이 먼저 읽겠다며 책을 한 권씩 가지고 학교에 갔다. 오래전의 시골생활 모습인데 과연 2013년생 아이들이 좋아할까 염려됐지만 하교 후 아이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국어시간에도 읽고 너무 재밌어서 쉬는 시간마다 다시 읽고, 친구들도 재밌겠다며 빌려달라고 해서 돌아가며 읽기까지 했단다. 재미있는 책은 반복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인지라 며칠내내 학교 갈 때마다 챙겨가고 집에 와서 또 읽는다. 짱뚱이가 너무 귀엽고 웃긴 내용도 많다면서 연신 깔깔대며 나에게도 얼른 읽으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SICAF 코믹어워드 만화시나리오상 수상작이라더니 아이들에게도 코믹한 코드가 통하나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시골생활과는 접점이 없지만 나름대로 들은 이야기는 이래저래 많은터라 무심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잔잔히 흐르는 이야기속에 따뜻하고 소박한 일상에서의 유쾌하고 즐거운 추억을 풍성하게 담고 있어서 읽는 동안 꿈같은 행복을 경험했다.
그 시절에는 껌이 귀해서 단물을 빨다가 벽에 붙여놓고 다음날 또 씹기도 하고, 알사탕 하나에 온 세상을 가진듯이 기뻐했다.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린 감을 따먹고, 겨울에는 고구마를 쪄먹고, 설에는 집집마다 떡가래를 빼고, 시루떡, 팥떡,콩떡, 인절미 등등 떡을 해서 나눠 먹고 아이들은 우르르 마을 어른들께 세배를 다닌다. 봄에는 보리밭 둔덕을 누비며 쑥과 달래 등의 나물을 캔다. 여름에는 흐르는 냇가에 첨벙 뛰어들어 물놀이를 하고 고둥을 잡아 삶아 먹는다. 논에서 개구리를 잡고, 풀밭에선 메뚜기도 잡아 튀겨 먹는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다가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잘 지낸다. 아이들 싸움에 부모가 끼어드는 일은 없다.
연날리기,구슬 따먹기, 실뜨기, 공기놀이, 꼬리잡기, 쌈치기, 삔치기, 고무줄놀이, 줄넘기, 사방치기, 팽이치기, 올챙이놀이...등 놀거리가 무궁무진했다.
전자기기에 익숙해져서 잠시만 안 써도 심심하다고 말하고, 아이들의 스케줄이 바빠서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쉽지않고, 친구를 사귀려고 학원에 다닌다고 하는 말까지 생긴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사계절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산으로 들로 몰려다니며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즐기는 짱뚱이와 친구들, 가난한 살림일지라도 뭐든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시골의 정, 왕따나 학교 폭력이 없을뿐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되던 그 시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짱뚱이의 고향 마을을 생각하니 그리움과 애틋함이 가득해진다.
짱뚱이의 <<시골생활>>은 성인들에게는 옛 추억을 선사하고, 아이들에게는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해줄 것이다.
2023년 11월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니 매우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