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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부제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왜 마지막 수업이냐면 죽기 전에 쓴 에세이들을 모았기 때문이에요.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고통, 상실 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 있어요.
그렇기에 제목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꼭 전쟁을 겪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좋은 내용이냐면 아니라는 거죠.
삶의 지혜, 태도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다면 시도해 보세요.
분량도 130쪽 정도라 누구나 완독할 수 있어요.
저는 2차 세계 대전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그 부분에 대한 에세이가 유독 좋았습니다.
책을 덮고 제목을 보면 '아... 그렇지 그렇지'하게 되더라고요.
첫 번째 에세이는 <걱정 없이 사는 기술>인데요.
안톤이라는 걱정 없이 사는 청년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안톤은 비결이 뭘까요?
-안톤의 특별하고 독특한 점은, 여러 시간 힘들게 일하고도 그날 하루 필요한 것보다 많은 보수는 완강히 거부했고, 필요한 게 없는 날에는 돈을 아예 받지 않았다.
이런 경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올게.”
딱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받고 만족하는 거죠.
결국 너무 큰 욕심을 부릴수록 걱정 없는 삶을 살 수 없다는 말입니다.
-때때로 사소하고 어리석은 돈 걱정이 들 때면, 나는 당장 단 하루에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는 이 남자를 떠올린다.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가 이 모든 상황에서도 계속 독일어로 창작하고 글을 쓰는 것에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독일어로 나치의 자기 신격화에 맞서 줄곧 싸워왔고, 바로 이 독일어야말로 세계를 파괴하고 인간 존엄을 시궁창에 던져버리는 범죄적 망상에 맞서 싸우는 데 쓸 수 있는,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입니다.
망명했음에도 독일어를 쓴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저자였어요.
하지만 자신은 그 독일어로 나치를 비난하는데 쓴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당시의 독일인으로 고충이 그대로 드러나더라고요.
우리도 코로나19 당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에서 묻지 마 폭행을 당했잖아요.
그런 눈총이 따라오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짧은 에세이지만 생각할 거리는 듬뿍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2차 세계대전 관련 책이 궁금해지더라고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