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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쓴맛 -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동시집 97
양슬기 지음, 차은정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제13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회의 쓴맛>을 읽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이의 마음속으로 잠깐동안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처음 이 책을 펼치며 든 생각은 '시가 꽤 길다'였다. 으레 동시라고 하면 짧고 간단한 언어로 주제를 표현하기 마련인데, 양슬기 작가의 시는 어린이가 말하는 것을 엿듣고 쓴 것처럼 말맛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학교 갔다 돌아온 아이가 간식 앞에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시끌시끌하다. 놀이터에서 비밀 작전을 상의하는 아이들처럼 와글와글하다. 그래서 즐겁다. 타인의 시선에 익숙해진 어른들은 갖지 못한 언어적 해방감이 느껴지는 듯 했다. 이제는 저출산으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어린이들의 기척을 동시에서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어린이들은 상상력이라는 돋보기로 작은 것들을 확대한다. 큰 것들 속으로 거침없이 돌진해 파헤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어린이 세상 속에서는 큰 의미가 되는 것들이다. '장마 때 없어진 개미 구멍'이, '땅 파다 나온 민들레 뿌리'가 그러하다. 그러나 돋보기를 돋보기 자체로 봐 줄 수 있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양슬기 작가는 어린이의 돋보기를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 같았다. 고장난 돋보기라 얕보지 않았다. 남과 다른 돋보기라 놀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어린이들을 응원하고 공감했다. 어린이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여긴 작가의 마음이 미더웠다.

어린이에게도 어린이만의 감정이 있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나온다. 즐거움과 기쁨, 슬픔과 아픔 혹은 부끄러움. 그것들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작가는 어린이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해파리 떼'가 되어 외로움을 달래도 그럴 수 있다고 쓰다듬는다. 감추고 싶은 비밀에 '물컹 하고 터지는 기분'을 느껴도 괜찮다고 말한다.
동시를 읽고 울컥해도 되는 걸까? 순간 당황했지만 어른도 한때는 어린이였으므로 '눈물을 뚝' 흘려도 '엉엉 울고 말'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이런 감정에 무덤덤 해지는 것이 바로 '사회(의 쓴맛)'이겠지만.
<사회의 쓴맛>은 어린이의 마음을 겹겹이 쌓아 놓은 꽃봉오리였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향기를 내어줄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 기대하며 한장 한장 넘겼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그 마음은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작지만 큰 우주였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이의 마음속으로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그 시절, 꼭꼭 숨겨 놓았던 내 마음을 위로해 준 양슬기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은 문학동네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서평을 작성하였다.
서평을 쓸 수 있게 도와주신 문학동네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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