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다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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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야 한다고?


4학년 여자 아이를 키우는 동생이 어느날 나에게 물었다.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살을 빼려고 하지? '00가 엄마 나 뚱뚱해?'라고 매일 물어봐."


"야, 00가 뺄 살이 어디있어? 절대 안 돼!"


"연예인들 같은 '뼈말라'가 되고 싶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야 한대."

'뼈말라'? 나는 처음 듣는 이 '기괴한 단어'에 귀를 의심했다. 연예인들이야 직업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쳐도 일반인, 그것도 어린 아이가 뼈가 보일정도로 마르면 일상 생활이 가능할까?

2024년 대한비만학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 청소년 5명 중 1명이 체질량지수 25이상인 비만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한 반이 약 20명 이라면, 그 중 4명이 비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비만인 아이들에게 거리낌없이 '뚱뚱하다'는 표현을 쓴다.

'뚱뚱하다'라는 단어는 '통통하다' 보다 훨씬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 비해 음식의 질과 양이 풍부해진 요즘, 뚱뚱한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뚱뚱한 체형'을 혐오에 가깝게 여기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행복한 미식가, 문제방


이 책의 주인공, 5학년 제방이는 비만 중에서도 과체중에 해당된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을 즐길 줄 아는 제방이, 세상의 그 어떤 즐거움 보다 먹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이다.


제방이는 잘 먹는다. 그냥 먹는 게 아니라 정말 맛깔나게 잘 먹는다.

제방이는 한끼를 먹어도 신중하게 고른 음식만 먹는다. 그렇게 고른 음식을 작가님은 또 실제로 내가 먹는 것처럼 리얼하고 자세한 문장으로 표현하신다.

한태희 그림작가님의 그림은 또 얼마나 군침이 도는지...(알고보니 이 분, <우리 땅 기차 여행> 그리신 분이었다. 거기서도 풍경이 정말 리얼해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음식 욕심이 별로 없는 나도 계속 입맛이 돌아 '냉장고를 열까? 말까?'를 몇번이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아마 작가님도 책에 나오는 많은 음식들을 직접 드셔보셨겠지? 부디 살이 많이 찌지 않으셨기를 바란다.

행복한 미식가 제방이에게 사춘기가 온 걸까?

처음에는 좋아하는 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지만 점점 제 몸에 대한 불만과 계속 되는 다이어트의 실패에 좌절한다. 자기 모습을 부정하고 현실을 외면하려는 제방이의 모습이 고학년 아이들에게 찾아온 사춘기의 모습 같아서 안쓰러웠다.

'북한이 못 쳐들어오는 건 중2들 때문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춘기'라고 하면 으레 반항적이고 화가 많아지는 시기로 생각한다. 요즘은 점점 그 시기가 내려가 빠르면 초4부터 사춘기가 시작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사춘기를 그저 그런 반항의 시기로 치부하면 안된다.사춘기는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어떡해야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될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아직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것이다.

제방이도 그렇다. 제방이는 '뚱뚱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제방이가 시도했던 방법은 제방이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

먹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만 먹기 때문에 행복해지지 않는 제방이의 모습에 공감이 갔다.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것들, 늦잠이라든지 게임이라든지 혹은 게으름이라든지. 행복의 아이러니는 늘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무너질 제방이가 아니었다.


뚱뚱하지만 창피하지 않아

제방이는 다시 한번 굳게 마음을 먹고 내장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가만, 내장산이 어디있지? 내장산은 전북과 전남에 걸쳐 있는 산으로 광주와 가까웠다. (1월에 광주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제방이는 내장산을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행복한지' 찾아냈다. 그러나 고통 없이는 결과가 없다. 고통은 두렵지만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이겨낸다면 조금은 버틸만 하지 않을까? 제방이에게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제방이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것'이라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들의 시선보다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제방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거뜬하게 해낼 제방이, 의지와 노력을 발휘할 제방이를 응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 역시 그러하리라고 굳게 믿는다.

<나는 뚱뚱하다> 작가의 말 중

이런 분들에게 추천!

-시의적인 소재와 묵직한 주제의식에 관심있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떨어진 아이들을 위해

-사춘기 자아 정체성과 건강한 마음 돌봄을 위한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음식 평론에 관심있는 (냠냠)


이 책은 베틀북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서평을 작성하였다. 서평을 쓸 수 있게 도와주신 최승한 작가님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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