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아요 ㅣ 헤르만 헤세, 내면으로 가는 길 1
헤르만 헤세 지음, 배명자 옮김 / FIKA(피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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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중 한명인 헤르만 헤세.

헤세하면 반사적으로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가 떠오르고

그래서 진지한, 성장통, 철학, 교육...등등의 단어가 연상된다.

심지어 그의 또 다른 작품 '싯다르타'까지 읽다보면

동양철학까지 섭렵한 심오한 사상가(?)의 느낌을 갖게 되는 게

아마 일반적인 감상일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헤세에 대해 다르게(?) 말한다.

진지할 것만 같은 헤세가 오히려 유머러스한 사람이며

명랑한 인생철학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

물론 작가라면 풍자나 해학, 글속에 감추어 놓은

작가만의 날카로움 등이 있는 게 어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읽어온 헤세의 작품속에서는 해학보다는 진지함이

풍자보다는 비판적인 느낌이 더 강했던지라

어떤 글들이 실려 있을지 좀 많이 궁금했다.

첫번째로 실린 작품은 단편인데 마치 수필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실제로 헤세가 겪은 일을 적은 것 같은...

소박한 시골마을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된 작가.

하지만 촌부들은 그가 작가인지조차 모르고...

아니 작가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게 아닐까?

하지만 악의는 없는 그래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오히려 작가를 계면쩍게 만드는 이들...

결국

앵무새의 입을 빌어 내뱉는 말...

"맙소사"

정말 그 단어 하나만으로 모든것이 설명되는...

​

다른 단편들도 비슷한 느낌의 글들이었다.

딱히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기보다

사람들의 가감없는 행동, 태도, 속성들을 그냥 보이는 그대로

그림으로써 그냥 인간 본성에 대해 피식 실소하게 만드는...

딱히 무겁게 인생을 논하고 사회를 비판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이 그대로 사회를 투영해주며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또, 헤세의 관심사가 참 다양했었구나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소재의 글들이었다.

암울한 시간속에서 '어쩌다 한번씩 쓴 농담시'라는 주제로 모아놓은 시들...

시는 솔직히 번역된 글로 읽을 때 그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아

외국 시들은 딱히 즐기지 않는 편인데

헤세의 시는

운율도 잘 느낄 수 있고, 마치 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처럼

헤세의 일기나 고백의 느낌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혔다.

특유의 위트가 담겨 있어서 말로하는 농담따먹기 느낌도 들었다,

역시 소설보다는 시가 함축적으로 농을 더 잘 표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도 르네상스시대의 이야기를 고쳐쓴 글과

헤세가 직접 기록한 일화들,,,

그리고 헤세의 지인들이 전하는 일화들이

헤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하디 톨이 그린 헤세의 초상을 보면

헤세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익살맞은지..

마치 장난꾸러기 소년과 같다.

역시나 그를 아는 이들은 그를 영원한 소년이라 칭한다.

'세상은 아주 재미있는 곳'이라고,

'삶의 지혜를 실현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유머 뿐'이라고

말하는 헤세..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고, 엄격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자라났음에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고,

소박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았던 사람이기에

아직까지 우리 마음을 울리는 명작을 남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의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속에서

덜 다듬어 졌지만 더 그다운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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