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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들
이남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3월
평점 :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본건 아마 '괴물'부터였던 것 같다.
'괴물'을 재미있게 봐서 전작인 '살인의 추억'을 찾아 보는데
뭔가 후련치 못하고 찝찝하게 끝나는 결말에 다소 당황했었는지
그 뒤론 관심이 좀 없어졌다가
'설국열차'가 입소문을 타면서 다시 보게 되었고
다음으로 '기생충'과 '미키 17'까지 봤으니
그의 영화를 반 이상은 본 셈이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그의 나머지 작품들인 '플란다스의 개'와
'마더' '옥자'까지 찾아서 볼 생각이다.
이 책은 봉준호의 영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영화를 분석하면서 보는 편은 아니라서
그냥 재미있었고 없었다 정도의 단편적인 감상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봉준호감독 영화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까지도 조금 더
의미있게 감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봉준호와 그의 영화를 주제로 쓴 논문 몇 편을 본 느낌을 주는 이 책은
봉준호의 삶, 가족, 그의 영화 데뷔부터
실패(?)에서 성장 그리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그의 영화를 통해 분석하며 써내려가고 있다.
386세대로 태어나 한국의 민주화과정을 겪고, 사회학 전공을 통해
한국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보다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덕분에
그가 영화에서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자본주의의 비판등을
담아 낼 수있었다고 하는데 그 속에 담겨진 유머코드는
아마 타고난 게 아닐까 싶다.
봉준호가 영화감독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가족이지닌 예술가적 감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래픽 디자인교수인 아버지와 전직 초등교사인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가 소설가 박태원씨의 딸이라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역시 성공한 이들에게는 좋은 유전자가 흐르는 것인가?
엘리트라면 엘리트인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 않을까...
영화감독이 아니면 만화가가 되었을 거라고 말했다는 봉준호 감독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를 보면
정말 만화적인 요소들도 많이 들어 있는 듯하다.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있는 유머와 코미디로 가득찬 영화라는 '괴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어느 시상식에서 했었던가?
봉준호를 다룬 어느 프로그램에서
세계적인 영화상의 수상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홍보와 로비를 통해서 이뤄낸 것이라는 방송을 본기억이 있다.
그마저도 그의 영화를 보다 잘 이해시키기위한 노력이라면
그 과정을 통해서 어쩌면 한국을
세계인들에게 이해시키는 시간도 되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를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들게 해 준 작품인
설국열차에 얽힌 뒷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설국열차에 개봉판과 감독판 버전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도,
두 버전이 존재하게 된 이유가
영화가 어려우니 편집과 해설판을 추가하라는 요구 때문이라는 점과
그로 인해 설국열차를 석방하라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졌다는 사실도 재밌었다.
이 영화에 그렇게 많은 사연이 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이번에 개봉한 '미키17'은
아주 친절(?)하게 해설적인 어조를 담은 걸까?
봉준호의 영화야 그냥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더 현학적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될 듯하다.
봉준호가 영화속에 담으려고 한 내용들을
좀 더 알 수있는 기회가 된달까..
봉준호라는 인물이 정말 대단한 이유는
세계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작품을 연출한다는 점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고
가장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점인 듯하다.
그가 부디 헐리우드의 자본과 요구에 굴하지 않고
그만이 지닌 고집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