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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여행
다나베 세이코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도 영화와는 달랐다. 이노두 잇신의 영화도 물론 계속 담아둘만큼 아쉽도록 좋았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은 땅 위로 5cm쯤 떠서 걸어가는 멋진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은 조금 더 가볍고, 소근거리고, 다정하다. [감상여행]에 실린 세 편의 단편도 그녀의 다정한 목소리를 마주앉아 듣는 느낌이었다. 무게감 없고, 성긴데도 가슴에 난 계단을 톡톡 두드리며 어느 새 깊은 곳에 내려가 나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손짓한다. 너도 내려와 보라고.
[감상여행]에는 감상여행, 당신이 대장,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 세 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일상 속에서 유영하고, 사랑에도 흔들리면서 이미 여행하듯 떠돌기 때문에, [감상여행]의 유이코와 히로시처럼 나도 어딘가로의 여행을 은근히 동경하지만 아무데도 가지 않는지도 모른다. 생활 속에서 충분한 여행을 했으므로 지친 것일수도 있다.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의 루리처럼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무감동한 얼굴, 까닭 없는 악의에 찬 표정들에서 피로를' 느끼지만 말고 나의 굳은 얼굴이 그들에게 피로를 준다는 것을 돌아볼 일이다. 감상여행, 시클라멘이 놓인 창가, 계속 입술을 움직이고 소리내어 말하고 싶어지는 멋진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