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6
다이허우잉 지음, 임우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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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허우잉의 문장은 투박하다. 유려하기는 커녕 다소 거칠다. 800쪽이 넘는 장대한 이 소설은 주인공인 위쯔치의 시처럼 끝없는 물결로 도도히 흘러 여기까지 왔다. 속도있게 읽어나갈 수 있지만 워낙 긴 이야기다보니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소설은 무산계급의 혁명과 투쟁과정에서 지식인들이 자살할 수 밖에 없도록 내몰리는 상황들을 숨가쁜 어조로  풀어나간다. 다이허우잉은 자전적인 경험을 [시인의 죽음]에 그대로 투영시키면서 사랑과 함께 죽은 혁명의 주검을 인정해낸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선량하며 의도가 충실하고, 사리를 분별하면서 의리와 신의를 중시할 뿐 아니라 온정이 가득하고, 당과 혁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열의가 있다. 그러나 그런 개인들이 군중으로 뭉치자 보호본능에 의한 악의가 발현되고, 불순한 의도를 지니며, 이치를 분간하지 못한채 진정한 당과 혁명의 실체를 잊고 권력에 미혹되고 순응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지식인들이 선택한 유일한 방법은 죽음이었다. 그들의 자살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붉게 물들였지만 권력을 물들이지는 못했다.

다이허우잉은 결말에서 여전히 현재와 미래의 기저에 남아있을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다행이라고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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