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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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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디의 입담을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밀라노를 함께 걸을 수 있어 좋은 소설이었다. 그당시 밀라노 궁정의 모습을 보며 작가의 고증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인물들의 모습이 고증이라는 면에서는 매우 좋았을지 모르지만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몹시 평범했다. 심지어 다빈치 조차도 수많은 다빈치 관련 책들에 나오는 다빈치의 모습을 고증했으나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인물 자체가 빠져들거나 동조할 만한 흡입력을 가지진 못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 또한 시오노나나미의 르네상스이야기나 HBO사극 보르지아에 나왔던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원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샤를8세의 모습은 여태까지의 모습과 달라 새로웠다. 이제까지의 매체들에서는 끝없이 밀려오는 프랑스군을 이끄는 비록 외모는 볼품없지만 강력하고 리더십 있는 군주의 모습이었다면 여기서는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유약한 왕의 모습이었다.

무언가 이 시기를 다룬 작품들에서는 샤를 10세가 풍기는 거대한 힘의 아우라와 그에 대항하는 혹은 그에 동조하는 모습의 인물들이 나오는 당시 이탈리아의 중압감이 이 소설에서는 너무나 덜했다.

  오히려 이 소설의 진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인물은 루도비코 일 모로였다. 그는 그의 땅에서 생긴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드는. 어쩌면 진주인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음험하고 무자비한 독재자라고 생각했지만 그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있는 지도자로 묘사되어서 또 새롭게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소설은 제이슨 굿윈의 '환관탐정 미스터 야심 1권 예니체리부대의 음모'를 생각나게 했다. (야심 시리즈는 소설 자체로도 재밌지만 풍부하게 묘사된 배경은 다른 소설을 쓸 때 설정집으로도 매우 훌륭한 역할을 한다.) 사실 제이슨 굿윈이 더 나았다. 황태후와 야심, 발레브쉬카 등 인물들은 몹시 유쾌하고 비록 용두사미 느낌일망정 작품을 타고 흐르는 긴장감이 끊임없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인간의 척도에서도 서술자의 유쾌한 서술은 마음에 들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이벤트(htt[://cafe.naver.com/booheong/193607)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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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세계사 -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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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 속에서 산삼은 주인공이 어떠한 고난을 겪고서야 얻어내는 신비한 영약이었다. 아픈 부모님을 살려내기 위해 효자는 구렁이를 만나기도 하고 되살아난 시체에 쫓기기도 한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산삼으로 인해 부모님은 살아난다.
이러한 민담과 드라마 상도를 보면서 인삼은 동아시아권에서 영약으로 묘사되지만 서양도 이에 대해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오히려 양의학에서 인삼의 사포닌이나 진세노사이드에 대한 과장된 효능에 대해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서구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삼에 대한 구미국가들의 오랜 관심과 무한한 짝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삼에 대한 존숭과 숭배는 중국의 이미지와 겹쳐졌다. 중국이 강하고 부유하다고 느껴졌을 때 서구권의 학자들은 발달한 중국의학에 대해 기를 쓰고 배웠다. 하지만 서구에서 화학과 식물학에 기반한 양의학이 발달하고 서구의 힘이 중화를 능가하고 중화를 무릎끓리게 되면서 중화에 뒤집어씌워진 전제와 고루함이 인삼에 덧씌워졌다.
오비디우스가 말했듯 짝사랑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 대상의 안좋은 모습을 생각하고 또 보면서 마음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설혜심교수님의 책은 그러한 서구의 시각들을 다양한 자료와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그럼에도 두껍지만 어렵지 않게 그 발걸음을 하나하나 따라갈 수 있었다. 특히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인삼을 가지고 조선과 미국이 무역경쟁을 하는 모습은 요새도 주력산업이 겹치는 두 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특히 미국의 물량에 맞서 조선인삼이 고급화로 맞서 무역전쟁에서도 그 가격과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은 꽤 흥미로웠다.

나도 그동안은 인삼에 대해서는 양의학의 입장에서 효과에 비판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그동안의 하나의 편협한 편견이 아니었나 한다. 이 책은 역사를 보는, 사물을 보는 나의 눈을 한층 더 넓혀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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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왜란과 호란 사이 - 한국사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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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두 세력 간의 다툼이 벌어졌을 때 어정쩡한 중립보다는 한쪽의 편에 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중립을 지킨다면 두쪽의 미움을 사지만 한쪽의 편에 선다면 적어도 한쪽의 지지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간 수많은 대중교양서가 범한 오류들, 병자호란에 있어 중립외교와 친명외교 사이에서 광해군과 인조를 놓고 벌어진 수많은 흑백론적 구도를 벗어나 광해군이 벌였던 실책에 대해서도 여과 없이 폭로한다. 이 책은 임진왜란부터 병자호란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상황을 홍한수라는 아동대 출신 훈련도감 조총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중간중간 그 간의 상황들을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덧붙인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당시 상황에 대해 마치 손에 잡히듯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마치 귄터 벤텔레의 소설로 만나는 근대 이야기를 생각나게 했다. 병자호란에 대한 다양한 학계의 연구와 결과를 반영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 점에서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또한 미래인의 관점에서의 결과론적 시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에 아쉬웠다. 이 책은 신료들의 명분론 및 친명의식을 비판하지만 생각해보면 병자호란 자체는 물론 인조의 국서로 인해 일어나긴 했지만 조선의 입장에서는 설사 청에 유화적으로 나간다고 해도 과연 병자호란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모를 일이다. 청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던 몽골의 부족들도 숱한 전쟁에 징병되고 또 천하를 얻고 나서 청은 몽골의 세력을 약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많이 취하게 된다. 만약 조선이 전쟁없이 중립을 선언한다 했더라도 과연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까? 청과 명의 요구를 둘다 거절할 수는 있을 것이다. 허나 그때 뿐이며 나중에 천하를 얻은 한 국가가 괘씸죄를 물어 침공한다면 무슨 명분으로 막을 것인가.

결국은 그들을 막을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를 위해서는 강력한 야전군을 꾸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왜란의 여파에 광해군기 각종 공납과 궁궐공사의 여파로 파탄난 재정에 기껏 꾸려놓은 이괄의 야전군은 반란으로 공중분해되었다.

심하전투 당시에도 물론 명나라군의 작전상의 실패도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후금군의 전술능력은 뛰어났다. 심하전투의 전개는 전장에서의 기동력을 이용한 각개격파, 보병과 기병의 제병합동 전술은 명나라 최고의 정예병들인 사천병조차 당해낼 수 없었다.

병자호란 시기에도 소규모 부대 단위로 나눠서 상대의 방어선을 돌파한 다음 상대를 허를 찔러 상대의 지휘부를 바로 타격하는 전술은 나폴레옹의 이탈리아전선에서의 전술을 보는 듯하다. 홍타이지의 친정은 조선의 허를 찔렀고 만약 남한산성에 오래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있었다면 각지의 근왕병이 몰려들고 책에서의 묘사와 달리 승군과 의병또한 소집을 홍타이지의 청군은 스페인에서 나폴레옹군대가 그러했 듯 지리멸렬하게 버티다 퇴각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청나라 기병이 조총을 든 군인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던 방책이 나와있지만 반대로 38년간의 준비를 말하는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해 대비할 수 있었던 효과적 방책에 대해서는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

결국 이 책에서는 이때의 상황을 지금에 대입하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우리의 효과적 대응을 촉구하지만 이는 전혀 핀트가 나가있다. 시대적 상황, 우리나라의 위치 어느 것 하나 같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바라보는 통사적 교양서로서 훌륭한 진입문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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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열전 - 3.1운동의 기획자들.전달자들.실행자들
조한성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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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1운동 100주년 일상에 주저앉지 않고 옳음을 위해 떨쳐 일어났던 조상님들의 얼을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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