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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세계사 -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2월
평점 :
어릴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 속에서 산삼은 주인공이 어떠한 고난을 겪고서야 얻어내는 신비한 영약이었다. 아픈 부모님을 살려내기 위해 효자는 구렁이를 만나기도 하고 되살아난 시체에 쫓기기도 한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산삼으로 인해 부모님은 살아난다.
이러한 민담과 드라마 상도를 보면서 인삼은 동아시아권에서 영약으로 묘사되지만 서양도 이에 대해 그토록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오히려 양의학에서 인삼의 사포닌이나 진세노사이드에 대한 과장된 효능에 대해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서구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삼에 대한 구미국가들의 오랜 관심과 무한한 짝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삼에 대한 존숭과 숭배는 중국의 이미지와 겹쳐졌다. 중국이 강하고 부유하다고 느껴졌을 때 서구권의 학자들은 발달한 중국의학에 대해 기를 쓰고 배웠다. 하지만 서구에서 화학과 식물학에 기반한 양의학이 발달하고 서구의 힘이 중화를 능가하고 중화를 무릎끓리게 되면서 중화에 뒤집어씌워진 전제와 고루함이 인삼에 덧씌워졌다.
오비디우스가 말했듯 짝사랑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 대상의 안좋은 모습을 생각하고 또 보면서 마음을 지워나가는 것이다.
설혜심교수님의 책은 그러한 서구의 시각들을 다양한 자료와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그럼에도 두껍지만 어렵지 않게 그 발걸음을 하나하나 따라갈 수 있었다. 특히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인삼을 가지고 조선과 미국이 무역경쟁을 하는 모습은 요새도 주력산업이 겹치는 두 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특히 미국의 물량에 맞서 조선인삼이 고급화로 맞서 무역전쟁에서도 그 가격과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은 꽤 흥미로웠다.
나도 그동안은 인삼에 대해서는 양의학의 입장에서 효과에 비판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그동안의 하나의 편협한 편견이 아니었나 한다. 이 책은 역사를 보는, 사물을 보는 나의 눈을 한층 더 넓혀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