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만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김병관 그림, 명랑 글, 송희구 원작 / 다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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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한 내용입니다.


처음 이 만화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 이건 누군가의 이야기를 빌려 우리 모두의 현실을 비추는 거구나”였습니다. 단순히 꼰대 부장의 일상을 그린 코미디가 아니라, 한국 직장인의 구조적인 삶을 압축해놓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김부장은 흔히 말하는 ‘성공한 중년 남성’의 표본처럼 등장합니다. 서울에 자가도 있고, 연봉 1억의 대기업 부장. 회사에서 뒤처지는 법 없이 살아왔고, 남들의 기준으로 보면 부러움 받을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죠.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겉모습 뒤에 숨은 불안과 경쟁심, 비교의식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겉으론 여유로운 척 살아가지만, 사실은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견디지 못하고, 상사와 동료 사이에서 끊임없이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사람. 그 모습이 꽤 현실적이어서 묘한 씁쓸함이 남습니다.

만화는 김부장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그리지 않습니다. 얄밉다가도, 이해가 되고, 그러다 또 한 번 불쌍해지는 인물. 특히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발령 통보를 받고 흔들리는 장면에서는 그동안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기준으로만 살아온 그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나요. 스스로 쌓아올린 안정감이 사라지는 순간, 김부장이 느끼는 상실과 혼란은 아마 많은 직장인들에게 익숙한 감정일 겁니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김부장이 위기 속에서도 ‘신도시 상가 투자’에 마지막 희망을 건다는 점이었어요. 자칭 “부동산도 잘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그는 또다시 새로운 안정장치를 찾으려 합니다. 만화가 보여주는 상가 투자 과정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 입장에서는 한숨과 웃음이 동시에 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인물을 비난하거나 영웅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김부장은 특별한 인물이 아닙니다. 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금 고지식하고, 조금 허세가 있고, 그래도 가족을 위해 버티는 평범한 중년 직장인입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소설로 먼저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만화로 재탄생하면서 인물들의 표정, 분위기, 말투가 훨씬 더 생생해졌어요. 글로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고, 현실의 질감이 풍부하게 살아 있습니다. 직장인뿐 아니라 한국 중년의 삶을 객관적으로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께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만화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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