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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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한 내용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채식 요리책’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고요해지고, 뭔가 따뜻한 숨결 같은 게 느껴졌다. 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왠지 명상 에세이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윤선 작가는 요가 강사이자 시인, 그리고 고양이 집사라고 하는데, 그 모든 정체성이 이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말투부터 문장까지 참 다정하고 조용해서, 한장한장 읽으며 미소가 지어졌다.

저자가 말하는 채식은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저 ‘이렇게 살았더니 내 삶이 조금 더 평화로워졌다’며 조용히 건네는 권유에 가깝다. 특히 두부, 봄동, 팥, 미역 같은 식재료에 담긴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정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왔다. 엄마의 부엌에서 피어오르던 두부의 수증기, 동짓날 팥죽에서 느낀 위로, 봄동에서 봄을 먼저 알아차리는 순간 같은 이야기들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 또 요즘 김장철인 만큼 김장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채식에 대해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가 매일 만나는 식탁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으로 음식을 대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한 끼를 준비하는 마음, 식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곰곰이 떠올리는 순간, 바나나 한 송이 뒤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까지. . 저자는 아주 소소한 장면들로 큰 이야기를 전한다. 그래서 과하지 않고, 조용히 오래 남는다.

또한 동물권과 환경 이야기 역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새벽이’라는 구조된 돼지 이야기나, 실험실 토끼에 대한 장면은 짧지만 깊게 남았다. 무겁지만, 억지로 감정을 짜내지 않아서 더 울림이 있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먹는 한 끼가 세상과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이 책은 바로 그 연결을 보여준다.

요즘 마음이 지치거나, 일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요란하지 않은 언어로, 아주 소박한 식탁 위에서 우리가 다시 평온해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었다.

읽고 나면 식재료 하나, 밥 한 숟가락을 대하는 방식까지 조금 달라지는… 그런 잔잔한 변화가 시작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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