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청소법 - 쓸고 닦고 버리고 정리하는 법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유노책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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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책주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마스노 슌묘의 <스님의 청소법>은 청소를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수행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빗자루를 드는 순간부터 마음의 티끌을 닦아내는 연습이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방은 내 마음 상태를 보여 준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선반 위 먼지보다 먼저 내 마음속 잡음이 떠올랐다. 물건을 무턱대고 버리기보다는 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곳에 두는 것, 현관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 사소한 습관에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 깊게 와닿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버리기 기준을 세우는 법이었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버리려면 "이건 새 건데…", "언젠가 쓸 텐데…" 하며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2년간 입지 않은 옷은 버려라." 이 한 문장이 나에게는 꽤 큰 울림이었다. 기준이 생기니 판단이 단순해졌다. 막연한 '언젠가'보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가'를 묻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옷뿐만 아니라 서류나 파일 정리법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됐다. "데스크톱에는 진행 중인 파일만 남기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최소한의 자료만 남겨라"는 조언이 그랬다. 불필요한 파일이 쌓이면 정작 필요한 문서를 바로 찾지 못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하면서 가장 낭비되는 시간이 '그 파일 어디 있더라?' 하며 헤매는 시간이니까. 저자는 1개월이나 3개월 단위로 컴퓨터 데이터를 정리하는 습관을 권한다. 일의 특성상 확실한 매듭을 짓기 어렵더라도 주기를 정해 정돈하는 것이 결국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책은 수행·리셋·아침·습관 청소법으로 나뉘어 실천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아침에 5분만 창문을 열고 바람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달라지는 경험, 100일 동안 작은 행동을 반복해 습관으로 만드는 법, 가족과 함께 리셋 기간을 정해 집과 마음의 동선을 정리하는 방법까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조언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물건에 두 번째, 세 번째 생명을 준다"는 태도가 좋았다. 미니멀을 단순히 버리기 경쟁이 아니라 집착을 덜어내는 배려로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스님이 말하는 청소는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충동과 불안을 다스리고 좋은 흐름을 맞이하는 준비였다. 오늘 당장 거창한 계획 대신 발밑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현관의 신발, 책상 위 한 칸, 싱크대 한 구역 반복되는 작은 청소가 마음을 맑히고, 그 맑음이 삶의 리듬을 바로 세운다. 책을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치면, 집안의 정리뿐 아니라 마음의 질서까지 되찾는 경험을 하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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