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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그 깊은 독백 -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박갑성 지음 / 예미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한 내용입니다.

<정년, 그 깊은 독백> 은 SK텔레콤에서 약 30년간 근무한 저자가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시점부터 D-365일 동안 매일 기록한 글을 모아 엮은 에세이입니다. 한 직장에서 30년을 근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직 없이 한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저자의 삶이 존경스러웠고,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감정이 글 한 줄 한 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출간작이 아니라 앞서 <들꽃아 피어라>, <풍경소리>라는 시집을 낸 바 있습니다. 시를 쓰셨던 분이라 그런지 문장이 참 따듯하고 감성적이었고,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책은 시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365일 동안 기록한 일상의 단상과 감정을 담아냈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책은 여름부터 시작해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다시 여름으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계절의 흐름과 함께 저자의 감정도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어요. 특히, 중간중간 삽입된 감성적인 사진들이 글과 어우러져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마치 하루 하루 정년퇴직에 가까워지는 기분으로 작가님의 마음을 따라가며 책을 읽었답니다.
에세이에는 직장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더욱 공감할수 있었어요. 특히, 구순의 어머니 앞에서는 예순의 아들도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다고 표현했는데, 이 문장이 참 와닿았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 앞에서는 늘 자식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따뜻하면서도 조금은 애틋했어요. 저 역시 미래에 예순이 되었을때, 어머니와 함께 밥상에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비문학 책을 주로 읽다가 이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접하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어요. 저자의 정년퇴직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저 자신의 미래도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인생2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이 책은 단순히 정년을 앞 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일과 삶을 돌아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세지를 주는것 같아요. 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것의 소중함도 느끼게 되었어요. 따듯한 문체로 삶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