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 공간 디자인으로 동네를 바꾼 일본의 로컬 서점 40곳
건축지식 편집부 지음, 정지영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9월

어느 날 산책 중 눈길을 끄는 가게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네 서점'(로컬 서점)이었다. 너무나 예쁜 외관 인테리어와 창문으로 비치는 내부 분위기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방문했던 이 '로컬 서점'은 여행, 고전, 그리고 예술 관련 주제를 취급하는 서점이었다. 규모는 약 10평 남짓해 보였지만, 책들이 나름 알차게 배치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서점 사장님의 취향과 감각이 느껴지는 큐레이팅된 책과 여러 장식품, 그리고 이런 좋은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과 향기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나도 이런 서점 하나 차려보면 어떨까?" 불과 몇 년 전에는 서점을 차릴 생각도 못 해봤던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하니 이런 '동네 서점' 창업도 고려하게 됐다. 그래도 한 번쯤 알아보는 건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나라가 아닌 가까운 일본의 건축 전문 월간지 ‘건축지식 편집부'에서 출간한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로컬 서점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책은 익살스러운 만화로 시작한다. 내용은 편집부 생활에 지쳐 일을 그만두고 서점 주인이 되기로 결심한 '와니타'의 이야기다. 하지만 당장 서점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와니타'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어디에 서점을 오픈할지부터 어떤 스타일로 할지, 서점이 어떤 개성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주제의 책을 다룰지, 그리고 점포 설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집기를 들일지, 나중에 광고는 어떻게 할지까지 오픈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게 로컬 서점을 차리기 위해 준비해야 하고 알아야 할 내용을 일본 실정에 맞게 알려주고 있다.

책에는 총 40곳의 일본 내 로컬 서점이 소개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각자의 개성과 특성을 살린 인테리어와 공간 배치, 책 진열, 그리고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보는 내내 일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만끽할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루는 곳은 일본이지만, 충분히 우리나라 실정에 접목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겪게 될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실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책장 대여 서점'이라는 운영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서점을 열고 싶어도 자금 확보, 점포 찾기, 노하우 습득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매장을 다수의 구획으로 나누어 구획마다 출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각 구획별로 점주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콘셉트와 분야가 모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점주별로 책 배열뿐만 아니라 매입 및 관리도 직접 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찾아보진 않았지만, 이런 컨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해보면 괜찮을 것 같다.

'로컬 서점' 창업이라는 게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평소에 책을 좋아하거나 사람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즐기는 분들에게는 이런 공간을 만들어 소통하는 것도 나름의 낭만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로컬 서점'도 엄연히 사업이기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점의 스타일, 배치, 광고, 매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언젠가 나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가득한 나만의 작은 책방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