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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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세대만 해도 해가 어디서 펴서 어디로 지는지 알고, 남향이니 북향이니 하며 방향에 대한 감각을 풍수지리적으로나마 익혀 왔다. 이제 우리는 땅에서 더욱 멀어졌다. 그걸 알 수 있는 질문, 당신은 해가 어디에서 뜨는지 손가락의로 가리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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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문법과 비문법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 하는 광대다.
문법에 얽매이면 탈주의 해방감을 영영 모르며, 비문법에 만탐닉하면 무의미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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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길과 오후의 길이 울타리 닫힌 정원 사이로 구불구불하다.
점토 벽이여! 나는 당신을 찬양할 것이다. 당신에게서 정원의풍성함이 넘쳐흐르기에. 낮은 벽이여! 가지를 치지 않은 살구나무의가지가 벽을 넘어 솟아오른다. 나의 오솔길 위로 가지가 떠다닌다.
흙으로 만든 벽이여! 당신 위로 기울어진 종려나무가 몸을 흔든다.
종려나무는 나의 오솔길에 그늘을 만든다. 이쪽 정원에서 저쪽정원까지 내 오솔길을 지나 당신들, 무너지는 벽들을 두려워하지않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산비둘기가 서로를 찾아다닌다.
어느 틈으로 포도나무 가지가 미끄러지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종려나무 밑동 위로 뛰어오른다. 가지는 둥글게 웅크리고, 밑동을감싸고 누르다가 살구나무에 이르러 자리를 잡고 흔든다. 몸을굽히고 갈라진다. 넓게 잔가지들을 펼친다. 아! 어느 뜨거운 달에어떤 날렵한 아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갈증을 해소해줄주렁주렁한 포도송이를 내 손을 향해 내밀 것인가?
점토 벽이여, 당신이 멈추기를 바라며 지치지 않고 당신을따라간다. 수로는 점토 벽을 쫓고 오솔길을 따라 흐른다.
벽은 그늘진 오솔길로 가득 찼다. 정원에서 웃음소리, 매력적인말소리가 들린다..…. 오 아름다운 정원이여! 갑자기 물이 빠르게흘러 벽을 뚫고 들어간다. 물은 정원을 향해 전진한다. 지나가던빛 한 줄기가 물줄기를 뚫고 정원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점토 벽!
미워하던 벽이여! 나의 끊임없는 욕망이 당신을 포위한다.
나는 결국 들어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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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 자리에 진실로 존재하는 것은그 자리를 자각하기와 거기에 현존하기,
있는 그 자리의 진리를 이해하기를 통합한다.
우리가 이 세 요소들을 하나로 합칠 때,
있는 그 자리에 존재하기는존재의 흐름을 자각하는 데에 꼭 필요한 수행이 된다.
우리는 늘 어떤 자리이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우리가 있는 그곳이다.
그러나 보통 우리는 그 자리가 무엇인지 자각하거나이해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다.
우리의 주의와 자각은 흩어져 있고 혼란스러우며,
주변적인 온갖 이차적 현현에 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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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참본성의 차원들 가운데 하나가 비개념적인 차원임을발견한다. 우리는 현존과 자각이 궁극에 있어 본래 비개념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식별, 분별과 마음의 앎이 없이도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실재는 앎과 모름에 관계없이, 개념 없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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