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모두 집을 떠났다. 그들의 배 속에서도 희미한 불꽃이 속삭였을까. 지평선으로 달려가라, 부모를 버려라. 탯줄을끊어라! 첫 번째 아이는 도심으로 두 번째 아이는 북쪽항구로 세 번째 아이는 음악 학교로 다들 몸의 부드러운 부분에 파란 싹을 고요하게 피워냈다.
모계 유전인 천일홍 싹은 그들에게 아픔을 주고, 자그마한 꽃을 주고, 언젠가 그들을 죽이겠지. 아이들은 아주 잠깐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며 움직이고 달리고, 나보다 늦게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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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카오미 씨를 강하게 움켜쥐려고 했던 적이있었다. 평생 함께하자고 맹세하며, 매일 같은 이불을덮고 자고 아침을 함께 맞이하자고 약속할 순 없느냐고제안했다. 그 정도로 다카오미 씨가 좋았다. 다카오미씨와 먹는 밥은 맛있고, 다카오미 씨도 나를 좋아한다고말했다. 몸도 몇 번이나 섞었다. 그래서 지극히 간단한일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기뻐할 줄 알고 가슴을 펴며 말했는데, 다카오미씨는 너무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약속, 하고 이국의 말처럼 중얼거리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꽤 오래 사귀었는데 그런 표정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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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 친 줄 알았다. 그 정도의 굉음과 충격이었다나는 부엌 벽까지 날아가 세게 등을 부딪쳤다. 콜록거리며 웅크려 있기를 십여 초, 고통으로 흐릿해졌던 시야가간신히 돌아왔다.
유리 화분은 산산조각 나고 천장까지 자란 목련 나무는 세로로 갈라져 두 동강으로 나뉘었다. 꽃이 전부 말라 떨어져 갈색 쓰레기가 되어 바닥에 층을 이루었다.
같이 살아 있기만 해도 행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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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 사학년 때 작가로 데뷔했고, 이 년쯤 회사생활을 하다가 전업 작가가 되었다. 각자 업무 리듬이잡힌 이십 대 중반, 왠지 모르게 계속 함께할 것 같은예감이 들었다. 이쿠토에게도 물었더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고 대답해서 그대로 별다른 극적인 결단도 없이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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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는 옆에 놓았던 다카시마야의 종이 쇼핑백을 가지고 와 안에서 네모난 상자를 꺼냈다. 상자 로고를 보고 루루코의 눈이 동그래졌다. 상자 안에는 지미추 오픈토 펌프스가 얇은 포장 종이에 싸여 누워 있었다. 까만산양가죽이 고급스럽게 빛났다. 가노는 그걸 조심스럽게 꺼내 루루코의 손 앞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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