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보다 빨리 자라며, 힘차게 서슴없이 단풍잎들을 덮으며 가지를 뻗는 불두화와 라일락을 보면 단풍나무를 보호하고 싶어진다. 학급에서 가장 내성적인 아이를지켜보는 담임선생님처럼.
책이 나와 며칠간 정원을 들여다볼 틈이 없었다.파주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 살펴보니 단풍잎 다섯 장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불두화와 단풍나무가 마치 시합을 하듯 키가 자란다.간밤에는 불두화가 조금 더 자랐다. 낮에는 햇빛을 먹고밤에는 자라나 보다, 식물들은, (사람 아이들처럼.)
마침내 봄이 되어 무척 앳되어 보이는 조경사님을 소개받았다. 평생 도시 사람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제대로 나무들을 심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찾아온조경사님을 만나 ‘이렇게 작은 현장은 처음이네요‘라고그가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조촐한목록을 완성했다.미스김라일락청단풍.
나는 너에게 묻는다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상상하는 일그런 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희망은 있어우리는 우리 키와 체중에 갇혀 있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