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모은 트럭 한대 분량의 책은 작은아버지가 관장으로 계셨던 작은도서관에 보냈다. 몇 권은 내가 가지고 왔다. 사전,
지도책 등 두껍고 비싼 책들 몇 권(어릴 때 내가 보면서 쓸데없이 자리만 많이 차지한다고 생각했던 책들)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문고판이 우리 집으로 왔다. 광대한 우주를 우리는 인지할 수도 없고 이해할수도 없지만, 우리에게는 사전, 백과사전, 작은 진리의 조각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있다. 그 책들이 알 수없는 세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아득한 우주에서 우리가 무한히 멀어지며 한없이 헤매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닻이 되어준다. 그 책들이 무한한 우주로 떠난 아버지의 기억을 우리 집 한구석에 붙잡아놓을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