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존재는 사랑을 줄 줄 안다. 봉봉은 차갑고 이기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한 내 안에도 사랑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준 존재다. 봉봉이 먹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는데 목숨을 잃을까봐 먹지 못하게 막거나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만 할 때, 자유의지를 주었다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누구보다 사랑한다면서 때때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시련을주는 신의 뜻을 나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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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녹색의 물결을 몇시간이고 질리지 않은 채 바라볼 수 있지만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지면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가야 한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만드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나의 늙은 개와 나무들 아래에 오래도록 서서 무성한 연둣빛과 진초록의 잎이 매달린 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 소리는 파도가 밀려온 소리와 꼭 닮아서, 듣고 있노라면 아주 먼 곳으로 떠밀려가는 듯한 황홀한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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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사전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사실, 냉정하고 기계적인 판단, 수술대 위의 수술 도구처럼 건조하게 살균된 정의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전에 들어갈 말을 고르고 정의하는 것은 사람이니 그 사람과 당대 사회의 편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읽는 사전은 대부분 남성중심적, 이성애중심적, 인간중심적 사회의 편견을 담은 중산층 지식인의글이다. 무언가를 배제하고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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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가리키는 단어들 가운데 중립적인 단어들은 부정적인 의미를 획득하며 욕이 되고 욕은 ‘플러스욕‘ 또는 ‘더블플러스욕‘으로 진화하는 까닭은말할 것도 없이 문화적, 사회적 요인 때문이다. 수천년 전부터 계속된 남성중심적 사회에서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 혹은 성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여성을 성녀 아니면 창녀라는 이분법적 구도 안에서 바라보는 여성혐오적 시각에서는 ‘보통 여성=
‘창녀‘가 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을 가리키는 중립적 단어들이 점점 부정적이거나 성적인 의미를 추가로 획득하는 ‘의미적 타락‘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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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모은 트럭 한대 분량의 책은 작은아버지가 관장으로 계셨던 작은도서관에 보냈다. 몇 권은 내가 가지고 왔다. 사전,
지도책 등 두껍고 비싼 책들 몇 권(어릴 때 내가 보면서 쓸데없이 자리만 많이 차지한다고 생각했던 책들)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문고판이 우리 집으로 왔다. 광대한 우주를 우리는 인지할 수도 없고 이해할수도 없지만, 우리에게는 사전, 백과사전, 작은 진리의 조각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있다. 그 책들이 알 수없는 세상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게 해준다. 아득한 우주에서 우리가 무한히 멀어지며 한없이 헤매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닻이 되어준다. 그 책들이 무한한 우주로 떠난 아버지의 기억을 우리 집 한구석에 붙잡아놓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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