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두화와 단풍나무가 마치 시합을 하듯 키가 자란다.간밤에는 불두화가 조금 더 자랐다. 낮에는 햇빛을 먹고밤에는 자라나 보다, 식물들은, (사람 아이들처럼.)
마침내 봄이 되어 무척 앳되어 보이는 조경사님을 소개받았다. 평생 도시 사람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제대로 나무들을 심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찾아온조경사님을 만나 ‘이렇게 작은 현장은 처음이네요‘라고그가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조촐한목록을 완성했다.미스김라일락청단풍.
나는 너에게 묻는다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상상하는 일그런 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희망은 있어우리는 우리 키와 체중에 갇혀 있지 않으니까
돌아보면 제가 문학을 읽고 써온 모든 시간 동안 이 경이의 순간을 되풀이해 경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어라는 실을 통해 타인들의 폐부까지 흘러 들어가 내면을만나는 경험. 내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을 꺼내 그 실에실어, 타인들을 향해 전류처럼 흘려 내보내는 경험.
혼자여야 한다. 집중을 위해서도, 어떤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위해 종종 주변의 곤혹스러운 반응을 우려하지 않고 내 맘대로 손짓, 발짓을 하고 움츠렸다 중얼거렸다하기 위해서도. 나는 또한 긴 시간이 통째로 주어지지 않으면소설 쓰기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