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보고 있기 즐거운 남자였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살이조금 찐 듯했지만 찬영은 여전히 젊은이의 몸을 갖고 있었다.
숙희는 문지방에 서서 상체를 반쯤 기댄 채 찬영의 몸을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아름답다 느꼈던 많은 것들이 그것을 붙잡는 순간 곤란함이 되어 곁에 남았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예전에 비해 에너지가 달리는 기분이었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 취급을 받게 되는 건 상상만 해도 싫었지만, 젊은 남자들이점점 더 어린애처럼 보이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뭐가 되었든 무언가에서 또다시 멀어지고 있다는 이 생생한 느낌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모든 것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이 생경함. 그것만큼은 새롭다고 숙희는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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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은 규가 커피를 쏟으면 지경을 보고, 지경이화분에 걸려 넘어지면 규를 본다. 지경이 과음하면 규를 보고,
규가 하품하면 지경을 본다. 그 조용한 관음의 공기 속에서 규와 지경은 서로 뺨을 갈기면서도 끝까지 가는 사이 나쁜 부부처럼 산다. 둘은 최후의 멤버가 될 것이다. 아, 신나!
어느 날, 규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 말한다. 지경이 흘끗본다. 지경의 표정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사람들의 눈이 돌아간다. 저마다 망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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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것도 음악이 되나.
저게 정말 음악이 맞나.
들으면 들을수록 더 알쏭달쏭해졌다. 심란한 얼굴로 비트에귀 기울일 때, 밴드에서 유일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아들의 기타 솔로가 시작되었다. 내심 고대하며 아들의 연주를 지켜보았다. 그래, 너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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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사실 우리는 서로를 별로 사랑하지는 못했다.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도했다. 왜 하지 못했을까. 물론 나는 삼을 좋아했다. 삼도 그랬・것이다. 삼이 나를 아끼고 좋아해주었다는 점은 말 이외의행동들로 대부분 전달되었다. 그래도 나는 우리만의 언어를발명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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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세상을 이해하려고 우리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능동적이고 결단력이 있어야 이야기에 의미가 생겨난다. 인물들의 결정과 행동은 제각각 무언가를 드러내 보인다. 주먹을 약하게 휘두르는것으로 대응했다면, 그는 성미가 급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성미 급한사람에게 창피를 준다면 한 방 얻어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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