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떨리는 획과 점들이 두 사람의 살갗을 동시에 그었다가사라진다. 소리가 없고 보이지 않는다. 입술도 눈도 없다. 떨림도,따뜻함도 곧 사라진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그가 침대에서 일어서서 냉장고 쪽으로 몸을 옮긴다. 왼손으로냉장고 문을 열고, 맨 위 칸을 더듬어 작은 생수병 두 개를 오른쪽겨드랑이에 끼운다. 돕기 위해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려 한다.아니요. 편하게 계세요.혼자 할 수 있어요.
내가 눈이 완전히 먼다 해도 지혜를 얻지 못할 사람이라는 걸너는 알지. 마음의 눈 따위가 결코 떠지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혼란스러운 수많은 기억들. 예민한 감정들 속에서 길을 잃고 말 거라는 걸. 타고난 그 어리석음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무엇을기다리는지 모르면서, 다만 끈질기게
나는 배낭을 집어 들고 하얀 꼬리가 매달려 있지 않은지 서둘러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가방을 메고 나샤에게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베르토는 루카스의 가속기를 주우려고 그의 집 가까이 접근했다가 하얀 대가리가 또 하나 땅속에서 솟아나는 걸 발견하고 재빨리 달아났다. 베르토의 군화에서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였다
나는 박장대소했다. "그럴지도. 스피커가 말한 대로 금속에대한 그들의 욕구가 사실이라면 기꺼이 한 번 더 우리를 찾아올 거라고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지.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못했지만 거미들과 스피커의 둥지 사이에 오랫동안 냉전이 있있다는 인상을 받았어. 양쪽 모두 우리를 국면을 타개시켜 줄무언가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