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술 교사는 은주에게 미술반의 누드 데생을 위한 모델이 되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이전까지 우리는 아직 한 번도누드 데생을 해본 일이 없었다. 은주는 비록 학교 친구들이라고는해도 다수 앞에서 공개적으로 알몸이 되는 일은 겁난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그런 건 상상해본 적도 없다고, 그러자 미술 교사는 우선 수업이 아니라 미술 교사 자신만을 위한 모델이 되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일종의 연습 삼아서. 소문은 거기서 끝났고 우리는 은주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거절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은주가 직접 말한 게 아니라 은주와 친한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소문이었기 때문이다. 은주와 수학 교사가 사라진 후 미술실 문은닫혔고, 우리는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