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라이프」는 비범한 추상의 영화다. 순수 추상이 아니라, 사실적인 것과 우화적인 것과 판타지와 환각이 마치 입체파 회화처럼 한 시공간에 배열된영화다. 남자 이야기가 진행되다 중간에 전혀 다른 톤의 여자 이야기가 끼어들어 완결된 뒤 다시 남자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상한 구성도 입체파적인 발상이다. 지아장커는 이 모든 것을 형식에 대한 자의식으로 드러내지 않고 노동자의 육체의 구체성 안에 새겨 넣었다. 더 빨라지고 더 기괴해지고 더 해독할 길이 없는 괴물 같은 세계를 단단하나 왜소한 노동자의 그을린 육체가 그것에 필사적으로 순응하며 낙오된 자들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느리게 걸어간다.
이 광경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씨네21』 2007년 6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