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다혜는 학과 내에서 주류를 이루는 무리에섞일 수 있기를, 다른 동기들보다 매사에 조금이라도 더 앞설 수 있기를 은밀히 원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부모에게 받았던 기대의 힘이란 놀라운 것이어서, 주변부로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조차 다혜의 마음속에는 어쩌면 사실은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었다. 그즈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열등감은 번갈아가며 얼굴을 바꾸고 다혜 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