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티롤 지방소도시에서 열린 나와 아내의 결혼식에서 그곳 시장이 낭독한 글이었다. 결혼식은 볼차노 위쪽 고산의 풀밭에서 진행되었다. 산꼭대기에 마지막으로 남은 겨울눈이 녹는 동안, 시장은 오전에 눈부신 햇살이 빛나는 아랫마을에서 어린 남자아이의 장례식을 치르고 온 뒤였다. 자전거를 타다가 관광버스에 치인 그 아이는 사고 현장에서 아버지의 품에 안겨 사망했다. 사랑과 고통이 같은 날 몇 미터의 고도 차이를 두고 벌어졌다. 엄마는 눈물을 훔쳤고, 내 친구들은 손을 맞잡았다. 우리는 소중한 순간들을 그저 온전히 누리자고, 보르헤스의 말을행동으로 옮기자고 약속했다. 삶이 우리에게서 그냥 미끄러져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