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여행에서 돌아와, 평소엔 잘 가지 않는 방에 가보니그녀의 크리넥스 더미가 있다. 거기에는 침대도 있다. 나는 더 이상 침대 시트를 갈 수도 없고, 그녀의 흔적을 치울 수도 없다. 아니, 그게 그들 중 누구의 흔적이든 상관없다. 대체 왜 그렇게 자주 코를 풀었을까? 속옷은 왜 두고 간 걸까? 속옷이라기보다는 그저 벗겨져서 침대에 널브러지기 위해 존재한 하늘색 천 조각이다.
나중에야 발견한 그 조각은 세탁기 옆에 불가사리처럼 붙어 있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마른 몸매를 살찌우려 노력하는 나.
우리가 사귀는 동안 나는 매년 0.5킬로그램씩 살이 빠졌다. 내 살은 드레스를 벗듯 우아한 움직임으로 빠져나갔다. 우리 침실에서P.R. 이 드레스를 벗고 있다. 코를 풀고 있다. 코를 풀고 있다. 어떤빌어먹을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으나 코를 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