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추가 촬영을 해보자고 하시네요."
그러자 모든 것이 변했다. 그 선언 때문이 아니라 그 여자의무감정한 표정 때문에 그녀가 마치 마네킹을 다루듯 셰리의 자세를 잡고, 스테인리스 강철 위에 셰리의 몸을 접고, 그녀의 팔은 여기에, 그녀의 가슴은 저기에 올려놓았다. 셰리를 집에 보낼 때까지 실내는 불편한 고요함에 파묻혔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셰리의 눈앞으로 삶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갈 때, 그녀는 다시 그 장면을 봤다. 엑스레이 촬영기사의 만화처럼 밝은 노란색발, 그녀의 벌거벗은 왼팔이 기계를 끌어안기 위해 느릿하고 소리없이 순순히 올라가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