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을 본 것은 그때였다.
예닐곱 살 어린애의 몸집만 한 붉은 연등이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나름의 생명을 가진 것처럼 그것은 고요히앞으로 흘러갔다. 뜀박질을 멈추며 그는 숨을 할딱거렸다. 한사미니가 그것을 들고 나아가고 있었다. 사미니가 가는 방향으로 그는 고개를 빼어보았다. 긴 연등 행렬의 끝이 보였다.
식구들을 찾는다는 생각을 일순 잊은 채, 그는 홀린 듯 윤이의 팔을 끌고 그 커다란 꽃을 향해 나아갔다. ‘석가모니불‘을합창하며 수백 명의 사람들이 느린 행진을 하고 있었다. 저마다 크고 작은 붉은 연등 안에 불을 켜든 그들의 옷은 가난했으며, 얼굴은 저마다 엄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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