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대 후반부터 요세미티 계곡을 들락거렸다. 몇 번을 들렀는지 셀 수도 없다. 초기 어느 여행에서 친구인 브레이디 로빈슨과 나는 하프돔과 엘캐피탄을 당일치기로 오르면서 처음으로 큰 등반에 발을 들여놓았다. 또 다른 여행에서는 엘캐피탄에서 브레이디가 자신의 카메라를 나에게 건네준 덕분에 찍은 사진을 처음으로 출판하였다. 그 사진으로 번 돈으로 첫 카메라를 샀다.
내 멘토들과 평생 친구들을 비롯해서 내가 살아오면서 우러러본 사람 중에는 성장기를 요세미티 계곡에서 보낸 사람이 많다. 아와니치 인디언 조상이 살았던 요세미티는 오래 전부터 방랑자들, 세계적인 체육인들, 신비주의자들, 사회 부적응자들이 우뚝 솟은 화강암 방패 안에서 모험과 열락을 추구하고 있었다. 존 뮤어 John Muir나 이본 쉬나드부터 오늘날의 십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세대 사람이 주류 사회에서 언저리로 떨어져 나와 흙바닥에서, 산등성이에서, 자동차에서 잠자며 그곳의 나무와 폭포, 암벽 사이에서 생활해 왔다.

영하 18℃에 5,400미터 고도에서 밤에 포탈렛지를 치는 일은 힘들지만, 샥스핀처럼 피할 곳도 없이 깎아지른 절벽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포탈렛지는 본질적으로 간이침대를 매달고 거기에 천막을 씌운 것인 만큼, 두세 사람이 손을 맞춰 빳빳한 나일론 천과 뒤엉킨 끈뭉치 안으로 알루미늄 관을 밀고 당기며 작업해야 조립이 가능하다. 그런 다음에 그 전체를 불안정한 확보지점 하나에 매달아 팽팽하게 당길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하네스로 공중에 매달린 채 해내야 한다. 작업을 하다 보면 수직면에서 레슬링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누가 뭔가를 떨어뜨리면 모두가 망한다. 샥스핀 같은 거벽에서는 아무리 작은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760미터 높이에 매달려 있는 내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무게가 느껴졌다. 영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두 팔에도 부담이 느껴졌다. 영화와 사진을 동시에 찍을 수 있도록 영화 카메라 위에 사진 카메라를 고정시켜 두었다. 나는 촬영 팀에게 들려준 지시 사항을 생각했다. "실수하면 안 됩니다. 맡은 일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알렉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보기만 해도 아랫배가 당길 정도로 위험한 저 크랙을 따라 한 손 한 손 침착하게 옮기며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숭고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일에 집중했다.

나는 맨해튼의 건물과 하늘이 맞닿는 스카이라인을 볼 때면 늘 도시 속 산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점에는 제1세계무역센터가 있었다. 제1세계무역센터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은 어떨까요?" 나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실 것 같았어요‘ 캐시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나는 벌써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밤에 누군가가 내 바로 아래에서 첨탑을 오르고 있고, 아래로는 도시의 불빛이 펼쳐져 있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 상상을 캐시에게 설명했다. 그럼, 그런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한번 보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전율과 조바심을 느꼈다.

무전기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내려와야 해요. 지금 당장!" 나는 무전기를 껐다. ‘미안. 작품을 만드는 중이라서‘ 나는 머리에 헤드램프를 쓰고 3미터짜리 외각대(모노포드) 끝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첨탑에 용접된 난간 밑에 발꿈치를 걸친 채, 맨해튼을 배경으로 몸을 수평으로 눕히고 외각대를 최대한 멀리 뻗었다. 1초에 한 번씩 연속 촬영하도록 카메라를 설정한 상태로 무작정 사진을 찍었다. 셔터 속도가 느린 탓에 흔들리지 않도록 외각대를 들고 있느라 팔이 아팠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램프로 제이미슨에게 조명을 뿌렸다. 그는 놀란 모습이었다.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카메라에서 찰칵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카메라의 각도를 아주 조금씩 옮겼다. 무엇이 찍히고 있는지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1분 정도 찍은 뒤 내려가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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